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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관청 사무실 면적 제한했더니…대응 백태

[월드리포트] 관청 사무실 면적 제한했더니…대응 백태
한동안 중국 전역에 호화청사가 우후죽순처럼 솟아 문제가 됐습니다.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방에 우뚝 서있는 으리으리한 관공서 건물은 그 광경만으로도 부조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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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지난해 이맘 때 8시뉴스에서 보도도 하고, 월드리포트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대표적 사례를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중국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의 한 곳인 산시성 한잉현의 위생 담당 관청 건물입니다. 모두 합해 36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는 청사로는 지나치게 크고 화려합니다. 1인당 점유면적이 2백18 제곱미터, 약 66평에 달했습니다. 말단직원까지 저희 집 두 배만한 크기의 사무실을 혼자 쓰는 셈입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지난해 7월 중국 국무원이 나섰습니다. 직급에 따라 허용되는 사무실의 면적을 일일이 규정하고 반드시 지키도록 지시했습니다. 아울러 제대로 지켜지는지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습니다.

중국 전역의 관공서마다 난리가 났습니다. 국무원의 시퍼런 서슬에 잔뜩 키웠던 사무실 크기를 규정대로 조정하느라 내부 공사 소리로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 졸지에 방을 나누고, 한 사무실로 합하고, 쓰던 방을 비우고, 시쳇말로 호떡집에 불났습니다.

그러면 이제 중국의 공무원들은 검박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고 관공서의 공간은 합리적으로 이용되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중국 언론들은 과거보다 더 어이없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고 고발합니다. 낭비와 비합리, 비효율이 뒤엉킨 요지경이라고 지적합니다. 유형별로 정리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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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가리고 아웅'형

위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마련합니다. 중국의 이 오래된 경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동했습니다. 드넓던 간부들의 사무실을 칸막이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에 '회의실'이나 '접견실'이라는 팻말을 붙여놨습니다. 그런데 해당 간부 외에는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아니, 못씁니다. 사실상 간부 사무실의 부속 공간일 뿐입니다.

▲ '방치'형

급한대로 두 부서가 한 사무실로 합쳤습니다. 나머지 빈 사무실은? 그냥 비어있습니다. 애초 남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무 계획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과거에는 직원들이 넓직한 사무실에서 일해 근무 환경이라도 좋았습니다. 오히려 공간의 낭비만 심해졌습니다.

▲ '위장'형

죽어도 옆 부서와 사무실을 합치기 싫으면 이런 방법이 동원됐습니다. 사무실에 책상과 의자를 더 들여놔 마치 해당 사무실을 써야할 만큼 많은 인원이 일하는 것처럼 꾸밉니다. 책상 위에 자리 주인의 명패도 놔뒀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빈 책상이요, 의자입니다. 명패의 이름은? 장기 파견을 가있거나, 병가·육아휴직으로 쉬고 있거나, 아예 그만두고 나간 사람의 이름이 사용됩니다.

▲ '창고'형

그나마 가장 나은 경우라고 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남는 공간을 각종 잡동사니와 쓰지 않는 물건, 비품을 쌓아두는 창고로 씁니다. 공간을 놀리는 것보다는 그나마 낫지 않느냐는 게 담당자들의 말입니다.

도대체 이런 어이없는 일이 왜 일어날까요? 중국의 공직자들이 특별히 더 공적인 책임감이 없어서일까요? 해당자들은 억울해합니다.

우선, 당장 사무실 면적을 줄이라는 규정만 내려왔지 남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라는 방침은 없었다고 합니다. 또 공간의 합리적 이용을 고민하고 구상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급하게 사무실 면적을 줄이고, 나누고, 부서를 재배치하기에 급급했지 그 이후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일률적인 규정도 문제입니다. 사무의 종류와 성격, 작업 방식에 따라 필요한 공간의 크기가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민원인이 많이 찾아오는 부서냐, 아니면 주로 사무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냐에 따라 공간의 쓰임새는 차별화됩니다. 그런데 모두 같은 규정을 적용하다보니 비효율성이 커진다고 호소합니다. 현장의 주동성, 창의성은 아예 사라졌습니다.

건물의 사정에 따른 애로점도 많습니다. 대다수 건물은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지은 것들입니다. 따라서 규정에 따라 공간을 나누기도, 합하기도 애매한 경우가 속출합니다. 각 건물마다 고유의 사정에 따라 짜였던 공간이 뒤늦게 만들어진 규정 탓에 틀어지고 왜곡되면서 공간의 합리적 사용은 쓰레기통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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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중앙 정부가 각 기관에 폭넓은 융통성을 부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 당초 의도했던 원칙이 훼손돼 규정 자체가 식물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률적인 규정에 의한 통제가 대부분 그렇습니다. 제각기 다른 경우와 사정을 일일이 봐주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비합리와 비효율을 태생적으로 내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더 선진화된 통제 방법은 무엇일까요? 현장의 공직자들은 자신들의 능력껏 창의성을 발휘하되 이를 수용자가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거제도나 국민소환, 민원 처리 시스템 등이죠. 공직자들이 사무 공간을 쓰는 문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판단해 납득할 만한 규모나 방식이면 사무실 크기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자신들의 세금을 공무원들이 호화로운 관공서를 짓는데 낭비한다고 판단하면 이를 막고 응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현실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의 1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한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럼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더 사정이 낫나, 선진화 됐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호화 청사 문제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니까 말입니다. 적어도 중국은 단칼에 규모를 줄이도록 만들어 국민감정이라도 시원하게 해줬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모습조차 기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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