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측사상 가장 긴 5월 황사
◆ 52년 만에 5월 최고 더위…대구 35.6도
◆ 수도권 사흘째 오존주의보
하늘이 연일 뿌옇기만 하다. 중국 황사 발원지에서 날아온 황사에 안개,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에서 배출되는 먼지(스모그)까지 합쳐져 하늘이 온통 뿌옇다. 때 이른 이상고온에 벌써부터 지친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미세먼지에 오존까지 말썽이다. 말 그대로 ‘황사·이상고온·오존’ 삼중고다.
이번 황사는 지난 5월 26일 새벽 5시 40분 백령도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황사는 서풍을 타고 빠르게 이동해 당일 오전 9시부터는 서울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시작된 황사는 오늘(29일)까지 나흘째 전국 곳곳을 뒤 덮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도 크게 높아져 최고 200~300㎍/㎥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5㎍/㎥인 점을 고려하면 평상시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6배 이상 높은 것이다.
5월에 황사가 이렇게 오래 이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1년에도 5월 1일~4일까지 나흘 동안 황사가 이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2011년 5월 황사는 82시간 15분 만에 물러갔다. 이번 황사는 지난 26일 새벽 5시 40분부터 시작된 만큼 오늘(29일) 오후 3시 55분에 82시간 15분이 됐다. 남부 일부지역에는 여전히 황사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5월 최장 황사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5월 하순에 왜 이렇게 때늦은 황사가 오래 이어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번 만들어진 황사 바람 길이 좀처럼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사 바람 길을 따라 황사가 발원하는 족족 한반도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황사 바람 길이 오래 유지되는 이유는 한반도 주변 기압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한반도 주변 기압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 동쪽, 캄차카반도 부근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키가 커다란 고기압이다. 이 키 큰 고기압이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가 동쪽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이른바 블로킹(Blocking)이다. 이 키 큰 고기압, 즉 블로킹 고기압 때문에 우리나라 상공에 머물고 있는 기압골(trough)이 동쪽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층에 기압골이 있는 만큼 서쪽인 중국에는 기압능(ridge)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기압 배치에서는 중국 북부 황사 발원지에서 시작된 황사 바람이 알파벳 U자 모양으로 일단 중국 남쪽으로 내려온 뒤 한반도 부근에서는 동쪽으로 이동(서풍)하고 한반도 동쪽에서는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형태가 된다. 황사 바람은 U자 모양의 길을 따라 지속적으로 불고 있지만 U자 모양의 큰 틀(기압 배치)은 캄차카반도 부근의 블로킹 고기압에 가로막혀 빠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황사가 발원하는 족족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이다.
이상 고온 현상이 오래 이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도 이런 한반도 주변의 기압 배치에서 찾을 수 있다. 특정 지역에 상층의 기압능이 오래 머물면 그 지역은 대체로 기온이 높고 맑은 날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기압능이 머무는 중국은 현재 고온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늘(29일) 중국 베이징의 기온은 38도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 지역 역시 맑은 날이 이어지면서 햇살이 강하게 내리 쬐는 가운데 중국에서 뜨겁게 달궈진 바람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지역에 계속해서 열기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오늘(29일) 대구의 기온은 이 지역 5월 기온 중 52년 만에 가장 높은 35.6도까지 올라갔고 서울도 올 들어 가장 높은 30.9도를 기록했다.
오존도 말썽이다. 오존은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이 강한 자외선을 받아 광화학반응으로 생성된다. 수도권 지역에는 오늘(29일)까지 사흘째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블로킹은 한번 형성되면 적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 이상도 간다. 다행히도 이번 블로킹 현상은 이번 주말을 고비로 점차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1주일 정도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흐름을 막고 있는 키가 큰 고기압이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블로킹이 해소되면 한반도 주변에서 U형태의 흐름을 보이던 황사 바람 길은 동서 방향의 평평한 형태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황사 발원지에서 황사가 만들어 지더라도 한반도로 내려오지 못하고 만주나 그 북쪽을 지나게 된다. 한반도가 황사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블로킹 현상은 앞으로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황사가 점차 약해지고 물러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발원지에서 발원되는 황사도 줄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더위는 더 심해질 수 있다. 블로킹이 조금씩 해소되면서 중국에 머물던 기압능이 점차 한반도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중국대륙에서 뜨겁게 달궈진 공기덩어리가 한반도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번 주말 전국 대부분 지방의 기온이 30도를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또 다시 오존주의보도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황사에 이상고온, 오존까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날씨 심술이 만만치 않다.
[취재파일] ‘황사·이상고온·오존’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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