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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레슬링 대표선수들이 300kg 타이어를 뒤집는 이유는?

[취재파일] 레슬링 대표선수들이 300kg 타이어를 뒤집는 이유는?
태릉선수촌 운동장에 도착했을때 레슬링 대표선수 40여 명이 트랙터용 대형 타이어와 손 사이클, 10m 길이의 밧줄 등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워낙 장비가 많아 마치 소방 대원들의 장비 전시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두 특별 체력훈련을 위한 기구들이었습니다.

드디어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체급에 따라, 경량,중량,무제한급 등 3팀으로 나눈 선수들은 400m 트랙을 전력으로 달린 뒤, 사다리 밟고 달리기, 높이 뛰기를 실시한뒤 곧바로 손사이클 돌리기와, 밧줄 흔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손사이클은 아령 두개를 수갑처럼 생긴 틀에 끼워 사이클 바퀴처럼 손으로 돌리는 것인데 일반인들은 한 두바퀴 돌리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선수들은 이것을 엄청난 속도로 돌렸습니다. 어깨와 팔에 핏줄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고, 선수들의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이어진  밧줄 흔들기는 수십kg의 밧줄을 두 사람이 서로 잡고 흔드는 것인데 팔, 다리, 허리 전신 근육을 강화하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훈련은 300kg 무게의 타이어 뒤집기, 트랙터와 대형 트럭에 사용되는 타이어들인데 두께는 50cm, 지름은 160cm에 이르는 어마 어마한 크기였습니다.

기자가 한번 시도해봤는데 꿈쩍 안했습니다. 평소 웨이트 훈련으로 단련된 선수들도 쉽게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대부분 뒤집기에 성공했습니다. 근력외에 순발력까지 갖춰야 가능하다는데, 선수촌에서는 역도 대표팀 선수들 보다 레슬링 선수들이 더 잘한다고 합니다.

레슬링 캡쳐_500


이날 대표팀은 이 6가지 훈련 프로그램을 3세트, 즉 3차례 실시했습니다. 쉴새 없이 뛰며 남은 힘까지 모두 짜내다 보니, 마지막 3세트에서는 선수들 모두 녹초가 됐습니다. 선수촌에서 가장 힘이 좋다는 레슬링 선수인데 모두 숨을 헉헉 대고 땀을 비오듯 쏟아냈습니다.

레슬링 대표팀은 이 훈련을 1주일에 한번 하고 있는데 그레코로만형 66kg급의 류한수 선수는 "이 훈련을 할때는 하늘이 노랗고, 아무 생각이 없을 정도"라며 엄청난 강도에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레슬링 대표팀은 이훈련을 지난해말 개발했습니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지옥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이 특별 훈련이 개발한 주된 이유는 바뀐 경기규정때문입니다.   
 
레슬링은 지난해 올림픽 종목으로 재진입을 하면서 경기룰을 대폭 바꿨습니다. 경기시간은 6분으로 똑같지만 2분3세트제에서 3분2세트제로 바뀌면서 쉬는 시간이 한번으로 줄었습니다.

또 공격을 안하는 선수에게 는 더 많은 경고를 주는 등 선수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해 체력 부담이 훨씬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감독은 " 바뀐 규정때문에 이제 믿을 건 체력 뿐이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 6분내내 상대를 압박하면서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우기위해 이 훈련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현우 선수도 " 이운동은 할때는 죽을 것 처럼 힘들지만,근력과 심폐 지구력을 키우는 동시에 키우는 만큼 레슬링에 가장 적합한 체력 프로그램 같다"며 "5개월 정도 이 운동을 했는데 선수들 모두 자신감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덕분에 레슬링의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목표도 당초 3개에서 5개로 늘어났습니다. 레슬링 대표팀은 현재 3세트로 실시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4, 5세트로 늘이고 트랙 달리기 거리도 8백m로 하는 등 강도를 더욱 높여 선수들의 체력을 슈퍼맨급으로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레슬링 대표팀을 취재하서 선수들 모두 화이팅이 넘치고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온몸의 힘을 모두 짜내는 극한의 훈련속에서도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레슬링은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선수가 우승해 우리나라에 건국 후 첫 금메달을 안겼고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서도 선전해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꼽힙니다.

최근 다소 주춤해진 분위기도 있지만 레슬링이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개발과 단합된 분위기로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효자종목의 전통을 이어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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