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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진핑 방문에 대한 韓中의 동상이몽?

[취재파일] 시진핑 방문에 대한 韓中의 동상이몽?
중국의 외교부장관인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26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외교부장이 된지 처음으로 한국에 온 겁니다. 방한한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시 주석은 이르면 다음달 말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온몸으로 보여준 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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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왕이 부장의 이번 행보를 보면, 단지 실무적인 논의만을 위해서 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첫 등장부터 뭔가를 보여주려고 작심한 듯 보였습니다. 왕이 부장은 차에서 내려 외교부청사로 들어오면서, 마치 레드카펫을 걷는 배우처럼 취재기자와 카메라를 향해 양쪽으로 여러 번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와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까지 건넸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엔 농담을 섞어가며 성의 있게 길게 대답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대답을 잘해줄지 몰랐는데 허를 찔렸다”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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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외교장관 회담과 박 대통령 예방을 마친 후, 왕이 부장은 윤병세 외교장관 공관으로 가서 만찬을 함께 했습니다. 여기서도 왕이 부장은 윤 장관과 와인 잔을 부딪치고 산보를 하는 등 카메라 앞에서 긴 시간 동안 다양한 포즈를 취했습니다. 사실, 장관급 만찬까지 영상이나 사진 취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엔 우리 외교부가 사전에 요청해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왕이 외교부장은 그야말로 온몸으로 ‘한국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몸짓 이면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까요?

그래픽_박근혜 시진


▲ 시 주석 방한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양국 외교장관들이 회담 모두 발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양국 장관은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각자 달라 보였습니다.

윤병세 장관은 왕이 부장 방한을 환영하면서, “북핵 불용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양국간 공통인식을 재확인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힘을 써달라는 얘기입니다.

이에 반해 왕이 부장은 “지금 새로운 지역과 국제정세의 심각한 변화에 따라, 우리는 한국을 더욱 긴밀한 협력동반자로 선택하고자 합니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지역과 국제정세의 심각한 변화’라는 건, 바로 동북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시 주석이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올 테니, 미국하고만 가깝게 지내지 말고 중국과도 긴밀하게 지내자는 러브 콜로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일단, 북핵 문제를 좀더 주도적으로 풀려는 우리 정부로서는 이 같은 중국의 의중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신대국관계'과 '아시아 재균형' 사이에서

그런데 여기서 불현듯,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방한 때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중국과 가깝게 지내지 말라는 협박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왕이 부장의 말은 훨씬 부드러웠지만, 그 말뜻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 웃는 얼굴이 언제 화난 얼굴로 돌변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 손으로는 안중근 기념관을 지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지금도 고구려 유적을 자기 역사로 왜곡하는 중국입니다.

대한민국은 또 다시 거대한 고래등 싸움판 위에 서 있습니다. ‘신대국관계’ 혹은 ‘중국몽’을 실현하려는 중국과,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내세운 미국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외교 당국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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