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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대희 총리', 최선입니까?

'3권분립'과 '전관예우' 논란에 부쳐

[취재파일] '안대희 총리', 최선입니까?
지난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이회창 감사원장을 26대 총리에 임명했다. 대법관 출신 총리 1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석수 전 대법관을 총리에 기용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김황식 전 대법관을 총리로 발탁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4번째로 대법관 출신을 총리로 내정했다.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고는 지난 20년 동안 매 정권마다 한차례씩은 대법관이 총리가 된 것이다. 이쯤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이 총리감으로 대법관 출신을 얼마나 선호하는 지 짐작이 가능하다.

▲ "3권분립을 폐지하라"

대한민국 헌법은 3권분립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입법권은 국회에(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66조 4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101조)에 속한다고 명문했다. 3권분립은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상호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서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민주주의의 기본 통치조직원리다. 이 정신의 근간은 3개 권력의 평등성 내지는 동등성이다. 이런 점에서 대법관이 총리로 기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퇴임 후 행정부에 스카웃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한 대법관은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사법부의 최고위직인 대법관이 이럴진대 일반 법관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박근혜 정부 초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김능환 전 대법관은 자신을 둘러싼 하마평을 이런 이유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단칼에 일축했다. 미국이 연방대법관을 종신제로 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임이나 사망이 아니면 끝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것이다. 평균 임기가 20년이 넘는다. 해서 미국에서는 대법관을 지낸 이가 정관계로 진출한 예를 찾아볼 수가 없다. 입법과 행정은 서로 넘나들지언정 사법의 영역은 철저하게 독립된 것이다. 

우리나라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다. 연임할 수 있지만, 실제 연임의 사례는 드물다. 대통령 5년, 국회의원 4년에 비하면 임기가 다소 길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6년 하고 나면 '땡'이어서 대다수의 대법관들이 퇴임 후 진로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은 변호사로 개업하지만, 정관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3권분립의 원칙을 그만 내려놓아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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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전관'에서 '국무총리'"

변호사로 개업해 조용히 살면 뭐가 문제냐 할 수도 있다. 그렇다. 조용히 변호사만 하면 세간의 이목에서 벗어나 수십년 만의 자유를 만끽하며 살 수 있다. 안 전 대법관처럼 총리가 되고자 할 경우엔 문제가 다르다. 대법관 출신은 개업 1년 안에 최소 수십억원을 번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안 전 대법관은 변호사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번 것으로 드러났다. 월 평균 3억 2천만 원, 하루 평균 1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로펌에서 7개월 간 7억 7천만원의 고액 연봉을 받은 것이 문제돼 낙마한 정동기 전 민정수석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이 정도면 '전관' 중에서도 '황금전관'에 해당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6년 대법관 청문회 당시 안 전 대법관은 변호사의 적정 보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전관예우'의 폐단을 지적해 박수를 받았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차떼기' 대선자금을 거침없이 파헤쳤던 '안짱'의 기개가 그대로 살아 있었기에 국민은 그의 대법관 지명을 반겼다. 그랬던 그였기에 더욱 입맛이 쓰다.

안 전 대법관은 총리 지명 직전 3억원을 기부했다. 지명 사실을 알고 기부한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이 이어지자 이번엔 변호사로 얻은 수익 11억원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시절 재산이라야 9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그의 재정상태를 고려하면 그리 큰 돈을 내놓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임은 얼마든 짐작 가능하다. 그러나, 선뜻 박수가 쳐지질 않는다. 애초부터 총리가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좀 더 조심했어야 한다. 총리 지명 직전에 거액을 기부하고, 이어 여론을 살펴 전액을 환원하는 초식은 총리가 될 지 불투명하니 일단 벌어놓고 총리가 안되면 쓰고, 되면 토해내자는 셈법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안 전 대법관의 정관계 진출은 사실 일찌감치 예견됐던 바다. 그는 대법관 퇴임 48일 만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정권 출범과 함께 변호사로 돌아갔지만, 감사원장과 서울시장 후보로 끊임없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며 늘 여권의 재영입 1순위 후보로 꼽혀왔다. '국민검사'에서 대법관까지는 '안짱'다웠다. '안짱'을 기억하는 기자에게는 대선 하루 전날 새누리당사에서 짐을 싸 표표히 사라졌던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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