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실종아동의 날'…어린 자녀 '사전등록'하세요

[취재파일] '실종아동의 날'…어린 자녀 '사전등록'하세요
'실종아동의 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1979년 5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에단 파츠라는 6살 난 꼬마가 등굣길에 유괴돼 살해된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1983년 만들어진 날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캐나다와 유럽 등 다양한 나라로 퍼져나갔고, 우리나라도 지난 2007년부터 5월 25일을 '한국 실종아동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장기 실종아동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실종 예방의 중요성과 사회적 책임을 알리기 위한 그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2만 건 넘는 아동(여기서 아동은 18세 미만을 가리킵니다)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발생 건수가 줄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지난 해에도 2만3천89건의 아동 실종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청소년 가출과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갓난 아기들도 실종 접수 건수에 포함돼 있지만, 어린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의 신고 건수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동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용한 게 '아동 신상정보 사전등록'입니다. '아동 신상정보 사전등록'은 18세 미만 아동의 지문과 사진 등 신상정보를 보호자의 연락처와 함께 경찰에 등록해 놓는 제도입니다. 가까운 경찰서나 파출소에 자녀와 함께 가서 하면 되는데, 의무가 아니라서 원하는 사람만 하면 됩니다. 보호자를 잃은 아동이 발견됐을 경우 이 아동의 지문을 채취해 경찰 정보망에 입력하면 사전등록된 아동들 가운데 일치하는 정보를 가진 아동이 검색되기 때문에 보호자를 바로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재작년 7월부터 작년 10월까지 통계를 내보니, 실종된 아이를 발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86시간 36분이었는데, 사전등록을 한 아동의 경우에는 발견까지 걸린 시간이 24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꽤 효율적인 제도인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사전등록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겁니다. 18세 미만 전체 아동 가운데 사전등록을 한 경우는 19% 정도이고, 특히 이 제도가 유용한 10세 미만 아동의 사전등록률도 36%에 불과합니다. 아직 제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모르고 있는 부모가 많은데다 '설마 내 아이가...'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게 낮은 등록률의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취재과정에서 사전등록을 해 둔 덕분에 잃어버린 아이를 금세 찾을 수 있었던 어머니를 만나고 나니 다른 분들에게도 권할 만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 깜짝할 새 자기 마음대로 사라지곤 하는 미취학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에겐 특히 그렇습니다.

만약 거동이 불편해 경찰서나 파출소에 직접 가기 어렵다거나 지문 같은 신상정보 유출이 우려돼 사전등록을 꺼리는 경우라면 '우리아이 지킴이 키트' 같은 걸 활용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키트 안에는 아이의 지문과 유전정보를 채취해 보관하는 도구가 담겨 있는데, 평소에는 부모가 이 키트를 보관하다 실종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경찰에 제출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현재는 한국야구위원회의 지원으로 일부 야구경기장에서 경기 시작 전에 나눠주기도 하지만, 나눠주는 시기가 일정치 않고 수량도 충분치 않아 누구나 쉽게 이용하기는 어려운 게 큰 단점입니다. '아동 신상정보 사전등록'도 홍보 강화와 함께 올 해 51만 명 분에 불과한 신규등록 예산도 확대하는 등 개선이 필요합니다.

아동 실종 예방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건 오는 7월 말부터 실행될 '코드아담'이란 제도인데요, 유원지나 대형마트 같은 다중밀집시설에서 실종 사건이 접수됐을 때 시설 운영자가 일차적으로 수색을 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그 동안 실종 사건 발생 시 안내방송을 하거나 경찰에 신고한 채 기다리기만 하던 시설 운영자들에게 더 강력한 수색 의무를 부여하는 겁니다. 외국의 경우는 출입문을 일시 봉쇄하는 등의 강력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현재 정부 당국에서 구체적인 메뉴얼을 만들고 있는 중이어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알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관련 제도 시행에 앞서 대상 시설들에 정보 제공을 충실히 하고, 시설 종사자들이 관련 매뉴얼을 잘 숙지해 시행할 능력을 갖추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부모들과 다중밀집시설 관리자, 정부 당국의 이런 작은 노력들이 합쳐져 아동 실종 사건이 크게 줄어들고 또 발생한 사건은 바로 해결되는, 더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