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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싸커] 월드컵 우승팀들을 떨게 한 '개막전 징크스'

직전 대회 우승팀의 '수난사'

[히든싸커] 월드컵 우승팀들을 떨게 한 '개막전 징크스'
[월드컵 채널 SBS]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은 우리 시간으로 6월 13일 새벽 5시 개최국 브라질과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의 맞대결로 치러집니다. 이처럼 개막전을 개최국의 경기로 치른 것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부터입니다. 1974년 서독 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는 직전 대회 우승팀이 개막전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전 대회 우승팀에게 부여되는 본선 자동 출전권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끝으로 없어지면서 2006년 대회부터 개막전이 개최국의 경기로 열리게 된 것입니다.

## 직전 대회 우승국의 '개막전 징크스'
월드컵 우승팀들은 한동안 다음 대회 개막전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축구 잔치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에는 아무래도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게 되는데, 직전 대회 우승팀들은 '잘 해야 본전'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개막전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1974년부터 2002년까지 개막전에 나선 8개 팀의 전적은 2승 3무 3패. 첫 승리를 따내기까지는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 악몽의 시작은 1974년 삼바군단 브라질
브라질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펠레, 자일징요, 토스탕, 히벨리노의 막강 '공격 4인방'을 앞세워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6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그야말로 완벽한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6경기에서 19득점에 7실점이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경기 내용도 압도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19차례 월드컵에서 나온 우승팀들 가운데 가장 막강한 전력을 보유했던 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런 브라질이 전 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1974년 서독 월드컵 개막전에 나섰습니다. 4인방 가운데 펠레와 토스탕이 은퇴했지만 자일징요와 히벨리노가 건재해 이번에도 우승 후보로 꼽혔습니다. 개막전에서 동유럽의 복병 유고슬라비아와 격돌한 브라질은 예상과 달리 졸전 끝에 0대0으로 비겼습니다. 전 대회 우승팀이 개막전에서 고전하는 징크스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4년 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는 서독이 우승팀 자격으로 개막전에 출전했는데 폴란드와 또 득점 없이 비겼습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원조 붉은 악마' 벨기에 에게 발목을 잡혔습니다.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축구 신동' 마라도나와 4년 전 득점왕 마리오 켐페스가 공격 선봉에 나선 아르헨티나는 벨기에의 돌풍에 1대0으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즈테카 경기장에서 열린 1986년 멕시코 월드컵 개막전에서는 이탈리아가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습니다. 불가리아에 막판까지 1대0으로 앞서 징크스를 깨는가 싶었지만 종료 5분 전 불가리아의 시라코프에게 동점골을 얻어 맞고 고개를 떨궜습니다.

- 1990년 아르헨티나, 카메룬에 패배..역대급 이변
그리고 4년 후 이탈리아 대회에서 월드컵 사상 최대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본선에 2번째로 출전한 '아프리카의 사자' 카메룬이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던 아르헨티나를 개막전에서 1대0으로 눌러 전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후반 22분 결승골을 넣은 카메룬의 공격수 오맘비크는 일약 카메룬의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오맘비크는 엄청난 탄력으로 높이 솟구쳐 올라 방아찧듯이 머리로 공을 내리찍었습니다. 1986년 우승 당시 골문을 든든히 지켰던 아르헨티나의 품피도 골키퍼는 오맘비크의 점프력에 압도되었는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공을 그만 옆으로 흘리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카메룬은 개막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며 아프리카팀 최초로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됩니다. 당시 카메룬의 감독은 러시아의 발레리 니폼니시로 이후 우리나라 프로팀 유공에서도 지휘봉을 잡아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인물입니다.

## 20년 만에 깨진 개막전 '무승 징크스'
개막전 무승 징크스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마침내 깨졌습니다. '전차 군단' 독일과 44년 만에 본선에 나선 볼리비아의 대결이었는데 객관적인 전력에서 독일이 한 수 위로 평가됐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답답한 경기를 펼치며 좀처럼 볼리비아의 골문을 열지 못해 이번에도 '개막전 징크스'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후반 16분 위르겐 클린스만의 천금 같은 골이 터지며 힘겹게 승리를 거두고 무승의 사슬을 20년 만에 끊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브라질이 스코틀랜드를 2대1로 누르고 전 대회 우승팀이 개막전에서 2연승을 거뒀습니다. 이 때도 1대1로 맞선 후반 29분 스코틀랜드의 자책골 덕에 간신히 승리를 거뒀습니다.

## 아트사커 프랑스, 마지막 '개막전 악몽'에 울다!
전 대회 우승팀이 마지막으로 개막전을 치렀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또 한번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개막전에서 당시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했던 아프리카의 세네갈에게 1대0으로 졌습니다. 프랑스는 대회 직전 열린 우리나라와 평가전에서 간판스타 지네딘 지단이 다쳐 개막전에 나서지 못하는 악재가 발생했고, 결국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쓴 맛을 보게 됩니다. 반면, '이변의 주인공' 세네갈은 12년 전 카메룬이 그랬듯 개막전 승리를 발판으로 8강까지 오르게 됩니다. 한일 월드컵을 끝으로 더 이상 전 대회 우승팀이 개막전에 나서지 않게 되면서 우승팀 징크스는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최희진 배너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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