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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싸움하면서 썩어버린 하천은 '나몰라라'

<앵커>

인천과 경기도 경계에 흐르는 한 하천이 50년 넘게 방치돼 있습니다. 각각의 지자체가 서로 상대편 땅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는 동안 심하게 오염 돼 버렸습니다. 뒤늦게 자기 땅이라면서 줄다리기가 시작됐는데 그런다고 나아진 건 없습니다.

기동취재, 최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인천 남동구와 경기도 시흥 사이를 흐르는 신천입니다. 물줄기가 잿빛입니다.

가전 제품에 변기까지, 하천으로 내려가는 길은 폐기물 천지입니다.

버려진 옷가지를 들어 올리자 시커먼 침전물이 올라옵니다.

물 아래로 한 발짝만 움직여도 시야가 캄캄해질 정도입니다.

강바닥의 굵은 모래들도 오염 물질에 찌들었습니다.

[신천 근처 주민 : 여름이든 언제든 썩은 물이 내려오죠. 냄새보다도…이런 채소에 주지를 못할 정도죠.]

이렇게 오염이 심한 구간은 약 900m, 주변 면적만 4만 5천㎡에 달합니다.

왜 이렇게 넓은 땅이 오염된 채 버려져 있을까?

신천은 1950년대 간척 사업과 함께 생겼는데, 당시 인천과 시흥 모두 이 구간을 편입하는 걸 잊었고, 50년 넘게 서로가 상대편 하천인 줄로만 알고 내버려 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방치되다 보니 하류 지역으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하천 둑 바로 위에서 돼지를 키우고 있는데, 정화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분뇨를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관리 주체가 없다 보니, 무허가 축사까지 자리를 잡은 겁니다.

2010년 시흥시는 이 축사 탓에 악취가 심각하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난 뒤에야, 우연히 이 일대가 버려진 땅이었단 걸 알게 됐습니다.

[시흥시청 직원 : (축사를) 행정처분 하려고 보니까, 시흥시인지 인천시인지 알아야 하는데, 거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거예요. 그 땅이 어느 시 땅도 아니고…]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때부턴 인천 남동구도 이 땅을 차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우리는 "우리 땅이다", 인천은 "인천이다"라고 더 심하게 주장했어요. 직원들끼리 좀 (감정이) 안 좋았죠.]  

주인을 가리자며 2년 넘게 감정 싸움을 하는 동안에도, 두 지자체 모두 하천 정화엔 손을 쓰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 안전행정부의 조정으로 하천을 편입한 시흥시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대철·김태훈, 영상편집 : 장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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