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스위스 공군의 그리펜 E 도입안은 국민투표에서 부결됐습니다. 22대를 만들어 팔기로 작년에 스위스 정부와 잠정 계약까지 맺은 스웨덴 사브사는 닭 쫓던 강아지 신세 됐습니다. 국민의 반대로 스위스 공군은 노후 전투기 교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 53.4대 46.2 박빙의 승부..그리펜 E 버림받다
그리펜 E의 제조사인 사브도 스위스 국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사브는 작년 2월에 스위스 정부와 22대 판매 잠정 계약까지 맺은 상황이었는데 억울할 뿐입니다. 스위스 정부에 비행기 사가라고 생떼를 쓸만도 한데 아직까지는 별 군말이 없습니다.
이제 스위스 정부의 대안이 궁금해집니다. 군사 전문지 제인스는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스위스의 타이거 전투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수리해서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습니다. 1978년 스위스에 도입된 기종이지만 제대로 수리하면 2020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도 아니면 새로 공고를 내서 기종 선정 작업을 다시 해야 합니다. 제인스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다소의 라팔 등이 스위스 제공권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너무나 민주적인 스위스
스위스가 전투기 기종 선택 찬반 국민투표를 하게 된 것은 스위스의 너무도 민주적인 정치 제도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모든 이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고, 실제로 종종 이색 국민투표를 합니다. 이번엔 녹색당 등 스위스의 좌파가 그리펜 도입 반대 여론을 주도해 국민투표를 이끌었습니다. 스위스의 좌파는 그리펜이 너무 비싸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중립국 스위스에 강력한 공군력이 필요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국민투표를 촉발하고 그리펜의 패배를 불러온 것은 스위스 공군의 차기 전투기 최종 평가 결과입니다. 평가 보고서는 언론을 통해 폭로됐는데 보고서는 유로파이터와 라팔, 그리펜 등 3 기종 중에 그리펜을 가장 나쁘게 평했습니다. 하지만 스위스 공군은 그리펜이 강점을 보인 ‘기술 실행’ 점수에만 주목해 그리펜을 선정했습니다. 전투기의 실력을 보여주는 작전 신뢰도는 최하 점수였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스위스 국민들이 발끈해서 그리펜을 끌어내린 것입니다. 이런 여론이면 스위스 공군은 차기 전투기 제때에 못살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의 차세대 전투기 선정 과정은?....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은?
어제부터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이 지연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지 10년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 쌍발기인지 단발기인지도 결정 못하고 있는 바로 그 사업입니다. 사업 지연 이유는 방사청이 또 한국국방연구원에 타당성 검증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기 때문입니다. 벌써 7번째 용역입니다. 사업 공고가 언제 날지 모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록히드 마틴이 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이전할 것 같지 않아 정부가 자꾸 연구용역만 시킨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외국 전투기 사서 쓰자는 의견이 공군에서 들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차세대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 록히드 마틴을 매몰차게 몰아붙이지 못한 결과 같아 씁쓸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스위스의 그리펜 사례처럼 F-35 도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여보면 어떨까"하고 실현 불가능한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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