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을 두고 탈출한 이준석(68)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첫 재판일이 확정되면서 살인죄 인정 여부와 관련된 법리 다툼 등 재판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악의 인명피해를 낳은 사안의 심각성, 국민적 관심, 법원 안팎의 여건 등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가족뿐 아닌 온 국민에게 상처를 안긴 선원들에게 중형 선고는 당연시되지만, 그 과정도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이다.
법원은 법정질서 유지, 피해자 가족의 방청권 보장 등 원활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검찰은 살인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변호를 꺼리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변호사 업계는 피고인들의 재판받을 권리와 여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 6월 10일 첫 재판…선고까지 3~6개월 예상
선원들에 대한 첫 재판은 다음달 1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첫 재판은 피고인들에 대한 신원 확인, 쟁점 정리, 증거 신청 등 앞으로 진행될 공판을 준비하는 절차로 일반에 공개된다.
이번 재판은 2주 간격으로 재판이 열리는 일반 사건과 달리 매주 한 차례 이상 공판을 진행하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집중심리로 진행된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재판은 한 달간 11차례 심리가 이뤄지기도 했다.
광주지법은 이에 앞서 세월호 사건을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선정하고 형사11부(임정엽 부장판사)에 배당했으며 법관 1명을 늘리기도 했다.
재판장은 재판 당일 방청권을 발행해 소지자에게만 방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피해자 수와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201호 법정 외 1개 법정을 보조법정으로 활용해 모니터로 재판실황을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방청권은 특정 좌석을 사전에 교부하는 임의 배정, 추첨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당일 교부하는 추첨 배정으로 배부된다.
법원은 신속하면서도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관련자가 많고 법리 해석도 간단치 않아 한두 달 안에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재판을 마치지 못해 구속된 피고인을 풀려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1심 구속기간(6개월)이 끝나기 전에는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검찰, 살인죄 입증할 수 있을까
가장 큰 쟁점은 살인죄의 인정 여부다. 검찰은 이 선장 등 주요 승무원 4명이 배를 버리고 달아나면 '승객들이 숨질 수도 있다'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사망이라는 결과가 생겨도 어쩔 수 없다'는 내심이 있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흉기로 사람을 찌르는 등 직접적인 방법이 아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적용된 사례는 이번이 두번째로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고 당시 선장에게 적용됐지만, 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선장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가 인정돼 1심에서 금고 3년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금고 2년 6월로 형이 깎여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분노한 국민 정서는 이 선장을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법리적으로 살인죄가 인정되기는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미필적 고의나마 살인의 고의성을 규명하는 것이 첫 관건이지만 선원들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내심'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원들의 행위 때문에 필연적으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인과 관계를 입증하기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배의 기울기 분석, 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생존자 진술 등으로 선원들의 책임 방기가 아니었으면 피해자들이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충분한 정황을 재판부에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해경의 부실한 초기 대응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선원들은 "해경에 의해 구조될 줄 알았다. 사망할 줄 몰랐다"고 항변할 수 있다.
기소 당시 사망자 281명을 살인의 피해자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선원들이 구조에 전념했더라면 모두 살릴 수 있었겠느냐"는 가정을 반박할 논리와 증거를 마련해야 한다.
◇ 선장 변호인 선임…선원들 변호는 누가, 어떻게 하나
죄는 밉지만, 피고인들에게도 헌법에서 보장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재판부는 사선 변호인을 구한 3명을 뺀 나머지 선원 13명에 대해 국선 변호인 6명을 지정했다.
사선 변호인을 구한 선원들은 이날 선임계를 제출한 이 선장 외에 3등 항해사 박모씨, 1등 기관사 손모씨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가 로스쿨 출신 '새내기 변호사'인 것으로 알려져 사회 이목이 쏠린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변호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개인의 능력을 떠나 복잡한 법리 다툼 과정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피고인-변호사 조합의 안정성도 흔들리고 있다. 광주지법이 위촉한 국선 전담 변호사가 6명뿐이어서 1인당 피고인 1~3명의 변호를 맡다 보니 책임 공방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복수의 피고인을 함께 변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어느 한 쪽의 변호는 사임하게 하고 다른 변호사를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참사의 1차 책임을 지는 선원들에 대한 여론이 너무 나빠 변호사들이 선뜻 나서 적극적인 변호를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재판에 참여하게 된 한 사선 변호사는 "피고인 가족의 간곡한 부탁으로 고심 끝에 변호를 맡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형사 사건 피고인을 변호사 없이 재판받게 할 수도 없어 국선 전담이 아닌 변호사들이 국선으로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은 광주지방변호사회와 실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연합뉴스)
세월호 선원들 재판 6월 10일 개시…'관점과 전망'
최대 쟁점은 살인죄 인정 여부<br>법정 질서유지·재판 진행·변호사 선임 과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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