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사태가 반년 이상 지속하는 태국에서 군부가 20일 내각과 협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태국 군부의 정치개입 전통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태국에서 군은 강력한 정치 세력 중 하나로 입헌군주제가 도입되고 나서 18차례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정치를 주도하고, 정치 혼란기에는 권력구도를 재편해왔다.
1932년 왕정이 무너지고 입헌군주제가 시작된 것도 군의 쿠데타에 의한 것이었다. 정계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탁신 진영과 반탁신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하게 대립하기 시작한 것도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실각시킨 군 쿠데타 이후다.
군은 전쟁이나 폭동이 발생하면 내각의 승인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지금까지 20차례 이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군부는 이번에도 시위 사태에 따른 폭력 사태 방지와 치안 유지를 내세워 내각 승인 없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군의 쿠데타는 지난 90년대 이후 대폭 감소했으나 군의 정치 개입 문화 때문에 사회 위기나 혼란이 발생할 때마다 일부 국민은 군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촉구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반정부 시위가 지난해 말부터 7개월째 계속되고, 유혈사태 우려가 커지자 일각에서는 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이를 잠재워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친정부 진영과 반정부 진영이 타협의 여지가 없이 정면으로 충돌할 조짐을 보이자 결국 군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처럼 군부의 영향력이 큰 것은 군이 무력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정치력을 바탕으로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받아내는 등 강력한 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는 1970∼1980년대 냉전 기를 거치면서 공산주의로부터 국가, 국교인 불교, 왕실을 수호하는 주축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했다.
군은 치안과 국방 임무 외에도 가뭄, 홍수 등 재난 발생 시에는 물론 평상시에도 민간 구호나 지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자발적인 대민 활동으로 군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전쟁, 폭동 등의 비상상황에서 군이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므로 군의 이번 계엄령 선포는 사실상 쿠데타와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군이 치안과 질서 유지에 역할을 국한하지 않고 현재의 정부를 강제로 퇴진시키는 등 정치에 개입하면 이번 계엄령은 겉으로 드러난 형식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쿠데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정치 개입 전통 강한 태국 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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