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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숨 막히는 명승부…뜨겁게 달아오른 필드

KLPGA '역전의 여왕' 김세영, 또 한번 역전 드라마. KPGA '생애 첫 우승' 김승혁, 마지막 홀 짜릿한 버디 퍼트

[취재파일] 숨 막히는 명승부…뜨겁게 달아오른 필드
지난 주말 골프 팬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여자 대회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포천 일동레이크 골프장을 갈 지, 남자 메이저대회 SK텔레콤오픈이 열리는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로 나들이 할 지, 이도 저도 아니면 집에서 TV 채널을 돌려가며 남녀 대회를 모두 볼 지... 3가지 옵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선택을 했든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남녀 대회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 드라마틱한 명승부가 펼쳐졌고 관전의 즐거움도 절정에 달했으니까요. 화제도 만발했습니다.

우선 여자 대회부터 얘기해 볼까요?

우리투자증권 마지막 날 승부는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벌인 허윤경과 김세영 2명의 우승 대결로 좁혀졌습니다. 허윤경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김세영은 올시즌 아직 우승이 없어 시즌 첫 승을 노리는 도전자의 입장이었죠. 1타차 단독 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한 허윤경은 전반에 2타를 줄이며 계속 앞서 나갔습니다. 하지만 장타를 앞세운 김세영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8번홀(파5)과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허윤경을 1타차로 압박하자 허윤경이 흔들렸습니다. 허윤경은 14번홀에서 보기로 주춤하며 김세영에게 동타를 허용했습니다. 여기서 분위기가 김세영 쪽으로 쉽게 넘어갔다면 별로 재미가 없었겠죠? 이 때부터 진짜 명승부가 펼쳐집니다. 일동 레이크 골프장에서 가장 어렵다는 16번홀(파4)에서 허윤경이 7m 버디 퍼트를 극적으로 성공시키고 다시 단독 선두로 나서며 주먹을 불끈 쥡니다. 그러자 김세영은 바로 다음 홀인 17번홀(파4)에서 5m 거리의 훅라인 버디 퍼트를 그림같이 홀에 떨구고 퍼터를 집어 던지며 포효했습니다.

김세영 연합


 장군,멍군!  다시 동타가 되자 갤러리들은 열광했고 그린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세영의 무서운 기세에 눌린 허윤경은 연장 첫 홀(파3,18번홀)에서 어이 없는 실수를 범하고 맙니다. 티샷이 그린 옆 러프로 간 것까진 그렇다치고 어프로치 샷을 턱없이 짧게 쳐서 보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긴장하고 위축됐는지 허윤경의 심리 상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반면 김세영은 여기서 침착하게 파를 세이브하며 역전 우승을 완성했습니다. KLPGA투어 통산 4번의 우승을 모두 역전 우승으로 장식한 김세영은 그 비결을 묻자 "그냥 냅다 치는 것"이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그러면서 "첫 날 잘 치면 불안하고 뒤에서 따라가는 맛이 좋고 재미있다"고 말해 타고난 승부사다운 기질도 보여줬습니다.

여자대회 못지 않게 남자대회에서도 오랜만에 명승부가 연출됐습니다.

총상금 10억 원이 걸린 메이저대회 SK텔레콘오픈 최종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이태희와 김승혁, 김경태 이렇게 3명의 선수가 10언더파로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었죠. 챔피언 조의 앞 조에서 플레이 한 이태희의 마지막 버디가 홀 옆을 스치면서 빗나갔습니다. 이어서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28살 동갑내기 김승혁과 김경태가 나란히 버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김경태는 홀까지 4.5미터, 김승혁은  내리막 2.5미터 버디 퍼트를 남겨두었습니다. 먼저 김경태의 퍼트가 살짝 빗나갑니다. 이제 김승혁의 버디 퍼트만 남았습니다.
데뷔 9년만에 생애 첫 우승을 눈 앞에 둔 김승혁에게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의 버디 퍼트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기자실에서는  "3명이 연장전 가겠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더군요. 이런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김승혁은 침착하게 우승 퍼트를 성공시키고 주먹을 불끈 쥐며 치열했던 명승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김승혁 연합


김승혁은 우승 인터뷰에서 여자친구를 깜짝 공개했습니다. 바로 KLPGA 스타인 양수진 선수였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겨울 베트남 전지훈련에서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연습할 때 서로 봐주고 조언해 주면서 사랑의 힘으로 경기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바로 전 주에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때는 김승혁이 캐디를 못 구해 고민하자 그 주에 여자 대회가 없었던 양수진이 선뜻 자신의 캐디를 보내주어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지난 주말 국내 남녀투어는 이렇게 명승부와 화제를 뿌리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대회 마지막날 남자 대회에 6,500명, 여자대회에 3천여 명의 갤러리가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TV 시청률도 남녀대회를 합해서 프로야구와 맞먹는 시청률이 나왔습니다.

아직도 골프를 일부 특권층의 스포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꽤 있습니다. 이런 분들도 대회장에 직접 가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시게 되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주엔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동안 남녀 매치플레이가 열립니다. 여자 대회인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은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남자대회인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챔피언십은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각각 진행됩니다.

주말에 특별한 약속 없으시면 가족과 함께 골프장 나들이 가셔서 싱그러운 5월의 잔디도 밟아보고 스타 선수들의 경기도 맘껏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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