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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왼쪽으로 '기우뚱'…한국판 '피사의 사탑'의 경고

[취재파일] 왼쪽으로 '기우뚱'…한국판 '피사의 사탑'의 경고
  한국판 '피사의 사탑'이라 불릴만한 사고가 충남 아산의 산업단지안에서 지난12일 발생했습니다. 신축중인 7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이 준공을 보름 가량 앞두고 갑자기 옆으로 기운것입니다. 소방당국이 사고당시 육안으로 20도 기울었다고 발표했으나 안전진단기관에서 측정한 결과 기울기 각도는 14도로 수정됐습니다. 기울기가 20도인지 14도인지 사실 육안으로 계산은 어려운 상태지만 곧 쓰러질듯한 위태로운 모습으로비쳐졌습니다.   

  비스듬하게 쓰러진채 붕괴위험에 놓인 이 건물은 1층을 사무실이 아닌 주차장으로 쓰는 필로티 건축양식으로 지었습니다. 2-3층은 오피스텔, 4층~7층까지 4개층은 고시원으로 설계됐습니다. 건물을 떠받치는 1층 기둥 대부분이 땅속으로 주저 앉았고 콘크리트 기초바닥도 한쪽 귀퉁이가 땅위까지 솟아올랐습니다. 준공전이어서 사람이 입주하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경찰의 수사로 드러난 사고원인은 한마디로 부실시공, 이번사고 역시 그동안 재난현장에서 수없이 봐왔던 인재였습니다. 얼마든지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어이없고, 건축주,시공업체,감리업체의 후안무치한 안전불감증에 참담했습니다. 우선 땅속에 박아야할 길이 14-15미터짜리 기초파일,즉 말뚝수가 설계도면에 나와 있는 것보다 무려 30-40%가량 부족하게 시공됐습니다. 건축물을 지탱해주는 전봇대 모양의 말뚝은 건축물의 규모에 적합하게 계산해 적정한 갯수를 땅속 암반을 비롯해 단단한 지반까지 박아야 건물을 안전하게 떠받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적정 말뚝수에 비해 3분의1가량이나 덜 박았으니 7층건물의 하중을 견딜 수 없었던것은 지극히 당연했습니다. 언제든지 터질지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던 셈입니다. 사고 오피스텔은 땅속 말뚝을 적게 박은데서 그친게 아니라 건물바닥 콘크리트 기초도 설계기준 두께보다 30cm미터나 얇게 시공됐습니다. 이렇다보니 건물이 14도 기울어지는 사고에 일부 기초바닥이 땅위로 솟아오른것입니다.
 
  시공상의 안전불감증은 이를 감독할 감리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게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부실시공을 감독하고 관리할 감리가 제 역할을 못한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확인된 것입니다.
감리는 건물 규모에 따라서 건축현장에 상주하거나 안 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사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다 해도 기초공사, 골조공사 등 주요 공정 때 마다 설계도면대로 시공되고 있는 지 감독해야합니다. 부실시공을 감시해야 할 감리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은 허술한 법 규정이 한 몫 했습니다. 건축법25조1항에는 ‘건축주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 규모 및 구조의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 건축사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공사감리자로 지정하여 공사감리를 하게 하여야한다.’라고 규정 돼 있습니다. 건축주와의 관계에서 감리가 을의 위치에 서게 되는 셈입니다.  공정한 감리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건축주의 경우 예외이겠지만 법규정상으로만 볼 때 건축주로부터 돈을 받는 감리자가 건축주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건물을 짓고 난 뒤 준공검사절차는 건축주가 감리검사서 등을 첨부해 사용승인신청을 할 경우 자치단체는 서류 심사를 거쳐 허가를 내주게 돼있습니다. 이렇다보니 건물의 안전시공여부는 전적으로 감리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부실시공으로부터 재난을 막아 귀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리제도의 허술한 규정부터 고쳐야 할 것입니다. 건축주로부터 감리가 독립적인 지위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의 경우 감리비용을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부담해 공정하고 엄격한 감리가 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아니면 정부나 자치단체가 건축주로부터 감리비용을 받은 뒤 건축주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감리자를 지정해 감독관리를 맡기는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흔히 1:29:300으로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큰 사고 전 에는 여러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판 피사의 사탑, 아산 오피스텔은 중심을 잃고 기울어 위태롭게 버티며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에 경고를 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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