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 한수진/사회자:
세월호 참사 27일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분노는 오히려 깊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희생자 유가족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우리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들을 도와야 할까요.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선천석 원장은 “함께 손을 잡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 공동체의 중심은 학교가 되어야 한다”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 시간 연결해서 자세한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장님 나와 계십니까?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우선, 학생들이 등교한지 2주 남짓 되었는데요.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등교한 1, 3학년 아이들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이들이 여느 학교의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정도예요. 그런데 아직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거나 2학년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굉장히 긴장하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마음이 무겁다는 거죠.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면이 발견이 되어서 그 아이들은 개별적인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실 이런 큰 사고가 있었는데, 등교를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상당히 많았었죠?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아이들이 지금 등교해봐야 과연 공부가 되겠느냐 하는 걱정도 있고,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도 많잖아요. 근데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재난이 생기면 힘들 사람들끼리 잘 뭉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거든요. 아이들이 각자 집에서 방치되다보면, 엉뚱한 정보를 듣고 그러다보면 잘못된 판단을 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불행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요. 이번 사건이 어른들이 아이들을 잘 지켜주지 못해서 생긴 게 이번 사고 핵심 아닙니까. 근데 아이들을 그냥 방치하다보면 아이들이 잘못된 판단을 할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을 모아서 정확한 정보도 주고, 학교나 어른들이 “이번에는 학교나 어른들이 너희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 이런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등교를 빨리 서두른 거죠.
다만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한 부모님들이 볼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들 수 있겠어요, 당연한 마음인데, 내 아이는 오지 못했는데 다른 아이는 멀쩡하게 학교 다닌다는 게 좀 서운할 수 있죠. 그런데 그 분들 볼 때도, 다른 사고나 위험이 생겨서 아이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바라지는 않을 거거든요.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 분들에게 학교 정상화의 의미를 잘 알려드리고 이끌어야 하는데 약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좀 안 된 면이 있어서, 그 분들의 경우에는 서운해 하는 면도 조금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학교로 오지 못하는 아이들, 이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단원고가 더 중요하거든요. 그 아이들 입장에서는 단원고가 마지막 학교가 되잖아요, 영원한 학교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학교를 튼튼하게 제대로 만들어가고 유지하지 않으면, 나중에 볼 때 그 아이가 나온 학교조차 없어지는 거거든요. 그러면 너무 큰 상처가 되기 때문에 단원고를 잘 유지하고 지켜나가기 위해서 빨리 학교를 안정화 시키고 정상화 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학교가 완전히 정상화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죠?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지금 학교에 아이들이 붙인 그런 문구들도 아직 붙어있고 그래요. 그 문구를, 이 문구를 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거꾸로 1, 3학년 아이들은 돌아올 2학년 아이들, 아니면 돌아올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걸 꼭 보여주고 싶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보고 뜯었으면 좋겠대요.
▷ 한수진/사회자:
2학년 학생 70여명은 등교를 안 하고 있는 상태죠?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네, 아직은 등교를 안 하고 있고. 따로 연수 시설에서 심리회복 프로그램을 받고 있거든요. 그 아이들이 너희들을 얼마만큼 기다리고 있는지, 너희들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학교에 써있는 문구를 보여주고 싶어서 떼지 않았으면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조금 어수선해 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2학년 아이들이 완전히 돌아와야지 정상화라고 할 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지금 2학년 학생 70여명 심리 상태는 어떻습니까?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2학년 아이들은 지금 그렇게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 아직 학교로 못 오고 연수시설에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다 갖고 있지 못한데, 저는 학교에 주로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경우에는 좀 우르르 모여 있을 때는 겉으로 보면 평범해 보일 정도로 보이지만 각자 떨어뜨려놓으면 그 자리에서는 굉장히 우울해 보이고 쳐져 보이고 여기저기 몸이 아프고 불편하다는 신체증상도 많고요. 아이들이 집중을 잘 못한다고 해요, 멍해서. 일상생활에 복귀하기가 어려운 아이들이 제법 된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저희가 14년 전인가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버스 추돌 사고를 겪은 생존자 김은진 씨와 이야기를 나눌 경우가 있었는데, 이 분은 결국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자퇴를 했다고 하거든요.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아예 떠나고 싶고,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 싶은 그런 학생들도 있지 않을까요?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그게 전형적인 회피 증상입니다. 그 자리에 있으면 괴로움이 되니까 회피하고 싶거든요. 그렇게 자꾸 회피하게 되면 모든 상황에서 회피하는 인생을 살게 되거든요. 이게 심리적인 장애인 거죠, 말하자면. 우선은 괴로우니까 피하고 싶지만, 피한다고 제대로 피해지지 않거든요. 그 자리를 떠나도 부정적인 기억이 계속 따라오고 비슷한 경험, 비슷한 상황이면 또 이게 시작돼요. 그래서 겁이 나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줄이고 그러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는 상황까지 갈 수 있거든요. 이게 전형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입니다. 그 상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초기 개입을 잘 해야 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든 학교를 떠나지 않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거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렇습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학교에서 극복을 해야지,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아이들이 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들에게도 이 학교라는 공간이 의미가 있을까요?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 분들, 학교가 이미 끝난 것 아니냐 생각할지 모르지만, 조금 지나면 달라요. 그 분들에게 단원고가 영원한 학교에요. 왜냐하면 단원고를 다니다가 이런 사고가 났잖아요. 시간이 갈수록 학교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거고, 어떤 경우에는 학교에 대한 원망으로 계속 남을 수도 있고요, 학교에 대한 분노로 남을 수 있고, 아니면 단원고 근처만 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실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학교가 그 분들의 인생에서는 앞으로 계속 중요한 의미로 남기 때문에 단원고가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그 분들에게 중요한 의미로 남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굉장히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안타까운 게, 지금 단원고 희생자 학생의 부모님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전해지잖아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는데 말이죠. 아주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라고 봐야 되겠죠?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럼요. 지금 2건이 있었는데, 굉장히 앞으로 많아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보통 발인하고 삼우제 지나고 나서 또는 49재 지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1주기 될 때까지 자살 위험성이 굉장히 높거든요. 아이를 두고 나만 살아남았다, 죄책감을 이야기하는데, 아이가 잘못된 경우에는 죄책감도 중요하지만 삶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느낌이 너무 중요해요.
그런 이야기도 들리는 것 같아요, 어떤 부모님이 하신 이야기인데 “가난하지만 행복했는데, 이젠 행복은 사라지고 가난만 남았다” 이렇게 어느 부모님이 이야기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앞으로 어떤 행복이 나에게 있을 수 있겠느냐. 내 삶을 유지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많아요. 또 일부는, 너무 이 상황이 괴로우니까 죽으면 끝나지 않을까, 이 괴로움이, 이런 생각도 들고. 또 아이랑 죽어서 함께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그래가지고 굉장히 주의 깊게 보고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고 근처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주변에서 일단 관심을 갖고 많이 좀 지켜주셔야 되는 거군요?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네, 그리고 이 분들이 따로 떨어지지 않게 이분들끼리도 잘 모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가장 상처받은 분들이지만, 이 분들이 먼저 작은 동심원을 그리고, 이 분 가까이 있는 가족, 친지 분들. 그 주변을 둘러싸가지고 또 다른 동심원을 만들고, 그 다음에 이 분들을 사회 전체가 둘러싸고 도와주려는, 계속 관심을 갖고 잊지 않고 도와드리려는 이런 모습이 계속되어야지 이 분들이 이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면 또 유가족들을 돕던 40대 자원봉사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에는 우리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말을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또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자원봉사자 뿐 아니라 잠수사 분들도 그렇고요. 그 다음에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생존자 학생들도 굉장히 조심할 필요가 있고요. 그리고 1, 3학년 아이들 중에 일부, 그리고 인근 지역의 아이들과 관련된 분들도 유가족 중에 아이들도 있거든요. 이 모든 분들을 주의 깊게 보면서 다들 심리적으로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유가족 뿐 아니라 이번 사고와 관련되었던 분들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자원봉사자 분들 중에도 심지어는 이런 의료 봉사하는 저희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도 안 좋은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저희들끼리는 대화를 많이 하면서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저희들 나름으로도 계속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원장님께서도 사실 지금 굉장히 힘드신 상태시겠어요?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네, 많이 보고 듣고 접하다보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 수 있죠. 외상을 접하는 사람들은 다 어느 정도 외상을 입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외상을 좀 입어야 외상 입은 사람들을 도울 수가 있거든요. 자기가 입은 외상을 같이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해야지, 무조건 죄책감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지나치게 무리하게 되면 자기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유가족들이나 시민들의 분노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데 말이죠. 정확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는 것도 유가족들의 고통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진상규명이나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노가 가라앉지 않죠. 그러면 유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마음을 진정할 수도 없고, 그 분노가 어디로 제대로 향하질 못하니까 계속 더 심해지거든요. 처음에는 외부로 향해요. 그래서 어느 곳이든 조금이라도 자기가 억울한 느낌이 드는 곳이 있으면 그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고 나중에는 자기 내부로 향해서, 자기 내부로 분노가 가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도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의 감정이 제대로 해소되려면 진상규명이 되고 책임자 처벌이 되는 게 이 분들이 앞으로 애도 과정을 거칠 수 있게 하는데,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서천석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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