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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형-동생'이 맞붙었다

[취재파일]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형-동생'이 맞붙었다
지난 어린이날, 대구에 다녀왔습니다.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두 후보의 기이한 인연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는 14년 전 한나라당의 개혁 소장파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 연대’의 동지였습니다. 올해 52살인 권 후보는 56살인 김 후보를 아직도 형으로 부르지요. 김 후보가 당을  옮긴 후에도 두 사람은 형-동생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 왔습니다. 6월 4일 대구시장 선거는 형과 아우의 맞대결인 셈입니다.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는 이변을 일으키며 경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당초 경선에서는 친박계인 서상기, 조원진 의원의 양강 구도가 예상됐습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만큼 친박계 후보가 득세할 것이란 당연한 전망이었지요.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깨트렸습니다. 비박계인 권영진 후보가 1위를 하고, 서상기, 조원진 의원은 2위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지요. 경선 후에 ‘친박의 위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경선 없이 공천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996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고 수도권 3선 의원 출신에 과거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이력 등 전국적인 지명도에서는 권 후보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결코 녹록치 않은 도전자인 셈입니다.

대구시장 권영진 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만큼, 두 후보는 서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권영진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해 “놀라운 설득력과 화술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겸손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야당 의원으로서의 비판 능력도 대단하다”고 추켜세웠지요. 김부겸 후보도 권 후보에 대해 “새누리당의 풍토에서 항상 개혁적인 목소리와 합리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자신의 확고한 정치철학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후보 모두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를 강조했지만, 자신이 대구시장의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하는 데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권영진 후보는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 어렵다고 해서 피해가지 않고 항상 중심에 서서 맞서 싸워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후보가 당을 옮기고 총선 패배 후 유학을 떠나 학업에 매진한 김 후보의 행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지요. 김부겸 후보 역시 “대구 시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변화”라면서 “여당 안에서의 교체로는 부족하고 여야 교체가 이뤄져야 대구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후보 모두 개혁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받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참 많이 달랐습니다. 김부겸 후보와는 선거 사무실이 아닌 개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후보에게 차분하고 논리정연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반면 선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권영진 후보는 자신감 넘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보였습니다.

닮은 듯 또 다른 두 후보와의 인터뷰는 즐거웠습니다. 상대에 대한 비판 대신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면서도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웠기 때문이지요. 네거티브 전략만 앞세우는 선거가 아닌 두 후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정책에 대한 검증이 대구에서 이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월 4일, 대구 시민들이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줄 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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