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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황당한 해고에 수사 의뢰, 고소…세종문화회관은 왜 그랬나?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4.05.12 09: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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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황당한 해고에 수사 의뢰, 고소…세종문화회관은 왜 그랬나?
황당한 사연을 하나 접했다.

자신의 차를 업무에 활용하면서(다시 말해, 일 때문에 자기 차를 타고 다니면서) 기름값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는데 이 때문에 해고당했다는 그런 사연. 엄청난 금액을 결제했던가, 혹은 일 본다면서 어디 놀러갔다가 적발됐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금액은 4차례 합쳐서 37만 5천 원, 일상적으로 출근해 업무 때문에 외근할 때 이용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해고라니, 뭔가 다른 속사정이 있나 싶었다. 속사정이 있는 건 맞았다. 여러 방면에서 속사정이 있었다.

심영구 취재파일
김씨는 지난해 회사 감사에서 여러 지적을 받았다. 여러 직원들에게서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문제가 있는 사람은 감사 지적에 따라 징계받을 수도 있고 주의를 받고 관련 규정이나 복무 사항을 재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기업, 기관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김씨는 감사 지적 사항 때문에 직위 해제를 당했고 이어 열린 인사위원회에서는 김씨의 면직이 결정됐다. 이에 불복한 김씨가 재심을 청구했으나 김씨는 이번에도 면직 결정됐다. 감사에서 적발된 직원 중에 최종 면직된 사람은 김씨가 유일했다. 그렇게 지난 1월 김씨는 최종 해고됐다.

김씨의 징계 사유 중 대표적인 게 법인카드를 이용해 개인 소유 차량의 유류비를 결제했다는 것. 그외에도 물품(유니폼과 장갑 등) 구매, 관리규정 위반, 공연초대권 사용관련 규정 위반, 시내 출장 관련 규정 위반 등이 있다.

규정 위반은 분명해보이지만, 이게 해고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일까.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 회사는 사내 규정을 워낙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기에 이런 정도의 규정 위반들로도 해고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감사에서 적발된 직원들 중에도 비슷한 수준의 징계를 당한 전례가 있을테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런 식의 지적사항을 통해 해고당한 건 김씨가 유일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김씨가 공금을 횡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카드를 이용해 개인 소유 차량의 유류비를 결제한 건 횡령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금액은 37만 5천 원으로 적긴 하지만, 이외에도 여러 건이 있고 횡령은 소액이라도 중징계해야 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시와 산하기관에는 공금횡령, 유용 및 금품, 향응 수수 행위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 중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했다고 했다.(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는 단 한번의 금품, 향응 비리로 공직에서 완전 퇴출시키고 면직 후 시나 관련 기관 취업을 영구히 제한하는 제도다.)

설명은 그럴 듯했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먼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2009년부터 시행됐는데 이 회사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된 건 역시 김씨가 유일했다. 그동안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할 만한 잘못을 저지른 직원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다음은 '횡령', 회사의 설명대로 '횡령'이 성립하려면 김씨가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김씨는 이에 대해 업무 특성상 외근이 필수적이고 회사에 있는 공용차량은 대수도 적은 데다 사용하기 어려워 자신의 차를 써왔다고 했다. 또 그동안은 자기 돈으로 기름값을 지불했으나 회계담당자에게 문의하니 법인카드로 결제하면 영수증 처리해준다고 하여 법인카드를 빌려다 결제하고 다시 돌려주는 식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온전히 횡령으로만 보기엔 석연치 않아 보였다. 다툼의 소지가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 김씨는 해고됐다. 또 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는데도 해고당했다. 회사에서는 김씨가 횡령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통해 김씨가 발뺌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했을텐데 해고부터 시켰다. 그리고는 횡령 사실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수사의뢰 시점은 김씨가 1차 해고(2013년 12월) 당한 뒤 이에 불복해 재심 신청하기 전이다. 재심 결과는 2014년 1월에 나왔고 경찰의 수사 결과는 4월에 나왔다. 김씨는 횡령 혐의만으로 해고당한 것이다.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은 김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위에 적은대로 해명했다. 경찰은 내사 종결하고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의 횡령 혐의는 '혐의 없음'이었다.

김씨의 해고 부분은 어떨까. 김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노동위에서는 양측의 이유서와 답변서를 받고 심리를 진행한 뒤 4월 17일 김씨가 부당해고 당한 게 맞다고 판정했다. 회사에 김씨를 30일 내에 복직시키고 그동안 못 받은 임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이행강제금도 부과하겠노라고 했다.

김씨는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해고당했는데 경찰에서 '혐의없음', 노동위원회에서는 그 해고가 부당했다며 복직시키라고 판정했다. 회사의 조치가 잘못됐다는 걸 당국에서 공식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김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형사 고소했다. 이전엔 수사 의뢰였고, 이번엔 고소이기에 고소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검찰은 이 회사의 관할 경찰서에 사건을 배당했고 김씨는 이전과는 다른 경찰서에서 같은 사건으로 조사받게 됐다.  또 회사는 노동위 판정에도 불복했다. 지방노동위의 상급기구인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심영구 취재파일

감사에서 김씨를 유독 털다시피 조사해 규정 위반을 여럿 찾아내고 이를 빌미로 해고시키고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혐의없음', '부당해고' 판정이 나오자 다시 고소하고 재심 신청하고... 회사는 김씨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별 문제 없이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였는데 말이다. 

김씨를 통해 들은 속사정은 이러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웨딩사업 대행업체를 공모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여러 경로로 확인해보니, 선정된 업체가, 퇴사한 전 직원의 모친 명의로 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가 볼 때 이 업체는 실체도 불분명했고 거의 하는 일 없이 용역비만 챙겨가는 식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있었다. 그래서 김씨는 이 내용을 상사한테 보고했지만 바뀌는 게 없자 사장한테까지 알렸다.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다만 김씨의 제보를 계기로, 여러 사람에게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부 시의원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됐고 조사에 나섰다. 김씨의 회사는 시의회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시 산하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시의회에서는 이 문제 외에도 기관에 여러 문제가 많다고 보고 2013년 7월, 사장 해임 촉구 건의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회사가 생긴 이래 처음이었다. 사장 해임 권한은 시장에게 있었기에, 시장을 향해, 사장에 대해서도 그 후로도 여러 차례 해임시켜라, 자진 사퇴해라 압박을 가했다. 사장은 해임까지는 면했으나 오랜 시간 고초를 겪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촉발했던 김씨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씨가 해고당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이 때문에 김씨가 해고당하고 고소당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럴 것이라고 의심하기엔 충분하다.

이제까지 나왔던 회사는 세종문화회관, 김씨가 일했던 곳은 그 산하에 있는 삼청각이다. 해임 촉구 건의안까지 제출됐던 이는 박인배 사장이다.

처음 김씨의 사연을 들었을 때는 황당했다. 더군다나 그 회사가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혐의만으로 해고한다? 해고하고 나서 경찰에 수사의뢰? '혐의 없음' 나오니 이번엔 고소? 부당해고 결정났더니 재심 신청?

앞서 적었듯 여러 속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애초에 김씨가 폭로했던 비리 의혹에도 다른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사실상 '표적 감사'를 진행하고 몇몇 규정 위반을 빌미로 해고까지 밀어부친다는 건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확인이 필요했기에 경찰에 확인했고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결정이 나오기 직전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이 소식을 진도 팽목항에서 전해들었다. 그리고 보도가 나가기까지는 그로부터 3주가 더 지나야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익제보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고 청사 내에 공익제보 지원 센터를 만들었다. 현판식도 하고 공익제보자에게는 최대 10억 원까지 지원하겠노라고 홍보자료를 뿌렸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서울시는 공익제보자 보호에서 예외인 걸까.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 산하 기관이다. 서울시는 관리 감독의 책임을 갖고 있다. 서울시장은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임명하고 면직시킬 수 있다. 그래서 서울시의회는 사장 해임 촉구 건의안을 제출했던 것이다, 시장에 대해 건의하는 차원이었던 것이다.

김씨가 해고당한 상황 자체가 말이 안된다. 더군다나 김씨가 내부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고 해서 그런 고초를 겪었다는 건 더더욱 그렇다. 공익제보자 보호에 의지를 갖고 있는 서울시라면 산하기관에서 벌어진 이런 황당한 일에 대해 묵과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또 김씨는 어차피 지방노동위 판정에 따라 복직하게 돼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민 세금으로 이행강제금을 내게 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해서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사태를 야기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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