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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경, 사고 수습보다 윗분 '의전'하고 가족 '정보' 캐고

[취재파일] 해경, 사고 수습보다 윗분 '의전'하고 가족 '정보' 캐고
"경찰이세요? 경찰이세요? 왜 녹음하세요?"

지난달 19일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한 남성이 실종자 가족들의 인터뷰 내용을 몰래 녹음하다 들킨 것이다. 확인 결과 사복차림을 했던 이 남성은 해양경찰 소속 정보요원으로 드러났다. 가족들의 동향을 파악해 윗선에 보고하는 공무(?)를 하고 있던 것이다.

실제 해양경찰이 사고 수습 보다 실종자 가족의 동향을 파악하고 VIP를 의전하는데 인력을 집중 배치한 사실이 SBS 취재 결과 드러났다. 해경이 윗분 눈치 보느라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재진은 사고 발생 이틀 째(4월18일), 해경이 작성한 중앙구조본부 운영계획을 확보했다. 중앙구조본부는 해경이 사고 수습을 위해 김석균 해양경찰청정을 총책임자로 한 조직으로, 운영계획에는 이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배치와 소속 팀별 업무가 나타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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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계획에 따르면 가족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대통령 같은 VIP를 의전하는 인력이 83명에 달했다. 반면 수습된 희생자의 시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21명으로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희생자들의 시신 담당팀은 수습된 시신의 DNA검사나 검안 등 이후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조율하는 곳으로 사고 수습의 핵심 팀 가운데 하나다. 반면, 정보 의전 인력은 가족들이 머무는 실내 체육관과 팽목항, 병원 등에서 가족의 동향을 파악해 윗선에 보고한다. 또 대통령이나 총리, 각 부처 장관 등 VIP가 현장을 방문할 때 의전을 맡는다.

또 짚어봐야 할 것은 운영계획이 수립된 시점. 2014년 4월 18일, 사고 발생 이틀째다. 해경이 초기 구조에 실패한 뒤 실종자 가족들이 수중 수색에 전념해 달라고 애원하던 때다. 동시에 속속 수습되는 희생자들의 시신의 신원 확인이 매우 중요했던 상황. 그런데도 희생자 시신을 담당하는 인력에 4배에 달하는 인력을 정보요원과 의전인력으로 배치했다는 것은 당초부터 해경이 사고 수습보다 윗선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취재파일 해경4


해양경찰은 초기에 팀마다 필요한 인력을 예측하지 못해 정보요원으로 우선 배치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직접 정보요원으로 일했던 해경들조차 관련 해명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 해경 정보요원은 "정보 요원들은 부정적인 정보를 파악해서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패막이"라며 "전국 해경 소속 정보인력뿐만 아니라 일반직, 해양경찰학교 교육인력까지 동원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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