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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후에도 '눈 감고 달린 지하철'…뭘 점검했나

<앵커>

사고는 세월호 참사 뒤 서울시가 지하철 특별점검을 벌인 직후에 일어났습니다. 하루 평균 550대의 열차를 눈감고 달리게 만든 신호기의 고장은 그러나 이 점검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습니다.

김수형 기자입니다.

<기자>

앞 차를 들이받은 전동차는 상왕십리역으로 들어오기 전 200미터 간격으로 설치된 초록색 신호기 두 개를 보고 정상운행을 합니다.

그런데 역 진입 30미터 전에 설치된 마지막 신호기가 빨간색 정지신호로 돼 있는 걸 발견하고 급제동을 시도합니다.

시속 68킬로미터로 달리던 열차는 멈추지 못하고 128미터를 더 달린 뒤 시속 15킬로미터 속도로 앞차와 추돌합니다.

초록색 신호가 들어오면 열차 자동정지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돌발 위험을 감지해도 운전자가 급제동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신호기 오류는 지난달 29일, 을지로입구 역 선로전환기 잠금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 연동장치의 데이터를 수정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무려 나흘 동안 신호기 문제를 까맣게 몰랐던 겁니다.

[정수영/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 : 열차끼리 근접해서 역사에 진입한 상황이 그 당시까지 없어서 기관사나 관제센터에서는 인지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난 뒤 조사해보니 사고 발생 12시간 전인 어제 새벽 3시 10분부터 신호운영장치에 오류가 있었다는게 확인됐습니다.

[박흥수/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 결국은 수건돌리기 한 꼴이거든요. 어떤 차든 한번은 그런 사고를 한 번 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동안 다행히 무사통과했다는 얘기고요.]

서울메트로 신호팀과 관제실은 사고가 난 두 전동차가 거의 붙어가듯 달렸지만 위험을 경고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세월호 참사 뒤 2주 동안 지하철을 특별 점검했지만, 신호기는 일상 점검 대상이라는 이유로 제외했습니다.

나흘 동안 눈감고 달린 2호선, 더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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