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월호가 침몰해 400명 넘는 승객들의 생사가 갈리는 순간, 청해진 해운 화물담당 직원들사이에는 정말 믿기 어려운 통화가 오갑니다. 사고 책임을 피하려고 세월호의 화물 적재량을 조작하고 있었습니다.
정윤식 기자입니다.
<기자>
세월호 사고 첫 신고가 접수된 뒤 40여 분이 지난 오전 9시 38분, 제주에 머물던 청해진 해운의 화물담당 직원 이 모 씨는 인천 하역장에 있던 물류팀 김 모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씨는 김 씨에게 "사고 원인이 과적인 것 같으니 적재량을 줄여 표시해두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김 씨는 "안그래도 점검하라고 했다"라고 답했고, 잠시 뒤 다시 이어진 전화통화에서 "적재량을 줄여 표시했냐"는 질문에 "조치했다"고 답했습니다.
배가 기울어 승객 400여 명의 생사가 갈리는 순간에 해운사 직원들이 한 대책은 화물 기록 조작이었던 겁니다. 이들은 컴퓨터를 조작해 세월호 화물 적재량을 180톤 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직원들은 과적뿐 아니라 불량적재 문제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화물을 배에 고정하는 작업, 이른바 '고박'이 제대로 안 됐던 겁니다.
컨테이너 네 귀퉁이의 구멍을 '콘'이라는 이음 장치로 고정해야 하지만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컨테이너가 대부분이었고, 컨테이너가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줄 형태의 고정 장치는 전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2단으로 쌓인 컨테이너는 아예 고정장치 없이 위에 올려놓은 형태였습니다.
[김세원/한국해양대학교 교수 : 그걸(콘을) 안 넣어주면 그냥 바로 미끄러질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기울면 잡아주지 못하고 그냥 넘어지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화물 기록을 조작한 청해진 해운 직원을 사법 처리하고 하역업체도 조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