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 정보’가 담긴 이런 사진이 중국의 관영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중국 당국의 묵인이나 허가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썼습니다. 물론 그 관측의 주체가 기사를 쓴 기자 자신인지, 아니면 외교 관계자나 전문가들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 기사 가운데 이렇게 ‘주어’를 생략하고 어떤 논평이나 분석을 언급하는 경우가 좀 많습니다.)
이 기사는 위에서 인용한 것과 같이 그대로 어제 저녁 몇몇 방송의 메인뉴스를 통해서도 소개됐고, 이어서 오늘 아침 조간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그런데 SBS는 이 기사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바로 아래 사진은 우리가 누구나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구글 인터넷 홈페이지의 지도 서비스에서 위성화면 보기를 선택한 다음 북한의 순천비행장을 본 겁니다. 활주로 아랫 부분과 중간 우측 부분의 산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그곳이 각종 군용기가 다수 발견된 곳입니다. 그 사진들을 확대하면 바로 그 다음 다음 사진들처럼 각종 군용기를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화살표한 곳은 비행기 위에 위장 그물이 쳐져 있는 것까지 볼 수 있습니다.
이곳 뿐이 아닙니다. 구글 위성 사진에서 적당한 크기로 확대한 다음 북한 지역을 움직여보면 이렇게 직선으로 된 부분이 나옵니다. 대체로 활주로 모습입니다. 동그라미 쳐놓은 이 곳은 평양에서 곧장 서쪽으로 움직인 뒤에 바닷가 부분에 있는 비행장입니다. 이곳을 확대하면 바로 아래의 모습이 됩니다. 역시 전투기들이 잔뜩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신의주에서 약간 북동쪽, 압록강변에도 이런 공항이 있습니다. 여기에도 다량의 전투기들이 있습니다.
북한만 그런 걸까요? 이곳은 일본 요코스카항에 있는 미 7함대 기지의 위성 사진입니다. 역시 구글 위성사진입니다. 제가 방금 봤으니 여러분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들어가서 볼 수 있습니다. 항공모함은 물론 모든 전함들이 다 보입니다. 이지스 구축함의 함포까지 분명하게 식별이 가능합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한 항구에 정박해 있는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도 보입니다. 함번 16이라는 숫자가 비행 갑판 위에 선명하게 보입니다. 함번 16은 훈련용이라는 뜻이랍니다. 아직 정식 취역한 게 아니니까요.
북한은 물론 세계에 걸쳐서 이 정도 해상도의 위성사진은 누구나, 손쉽게 마우스 작동만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국내에서 국내 위성 사진은 이렇게 자세하게 볼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보안’ 때문입니다. 참고로 청와대 같은 보안 시설은 아예 국내 위성 사진 서비스에서는 숲 같은 걸로 덮어놓아서 볼 수가 없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윗 부분은 구글의 백악관 위성 사진이고 아래는 네이버의 청와대 부분 위성 사진입니다.)
외국에서 포털의 위성 사진 서비스를 보면 국내에서와는 달리 고해상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와 같은 규제가 없으니까요.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외국 포털 등의 영상도 일종의 타협책으로 낮은 해상도밖에 제공하지 않습니다만 국내 포털들처럼 아예 엉뚱한 그림을 덮어놓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결론은, 29일에 신화통신 인터넷판이 공개한 북한 공군 기지의 모습은 대단히 새로운 군사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의 북한 공군기지의 모습일 뿐입니다. 이것을 두고 ‘군사 정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인 셈입니다.
혹자는 그래도 이것을 중국 관영 매체가 인터넷에 올린 건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 사진들은 중국의 군사 관련 사이트에 누군가가 올린 사진을 인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 가지 국내에서 착각하는 것이 중국에서 나오는 모든 기사나 발언 등이 정부 차원에서 조율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저도 3월 말 한중일 기자들의 언론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기자들에게 제일 관심을 갖고 물어본 게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들도 우리만큼이나 판매 부수나 인터넷 조회수에 신경을 쓰더군요. 심지어 상당수 매체는 판매 부수나 조회수가 바로바로 그들의 급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그건 우리의 경우보다도 더 한 것이죠.
어느 나라나 이른바 군사 정보에 관심을 둔 사람들은 많습니다. ‘밀리터리 마니아’라고 부르는 이들은 군사 관련 사진이나 정보가 인터넷에 뜨면 관심을 갖고 클릭합니다. 중국의 군사 웹사이트에는 실질적인 정보 가치는 거의 없는, 각종 훈련 영상이나 무기 등의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그런 정보를 취급하는 웹사이트도 한두 곳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웹사이트에 누군가가 ‘누구나 접근 가능한 구글 위성사진’ 수준의 사진을 캡처해 올렸고(구글이 아닌 다른 포털이나 상업용 서비스의 위성 사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걸 신화통신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다시 소개한 겁니다. 국내에서도 본지나 방송뉴스에는 나가지 않는 글이나 정보를 인터넷에만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적지 않은 언론들이 인터넷 조회수를 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무의미한 주장들을 전문적으로 퍼 옮기는 일을 하는 담당자까지 두고 있습니다. 중국이라고 다르지 않은 겁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뭔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중국에서 뭔가가 나오면 우리는 실질적인 의미 이상으로 확대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의 일거수 일투족을 유심히,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민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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