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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석균 청장님, 정말 ‘해상사고 관련 매뉴얼’ 공개 못 합니까?

[취재파일] 김석균 청장님, 정말 ‘해상사고 관련 매뉴얼’ 공개 못 합니까?
 “부정적인 기사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꼭 제공해야 하는 자료인지 검토하게 됩니다.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9일 해양경찰청(이하 해경)에 해상 사고 관련 매뉴얼을 공개해달라고 요청 하자, 해경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담당부서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런 것 까지 알아야 하느냐’, ‘내부 문서라 공개할 수 없다’ 등의 답변도 이어졌습니다. 해경이 매뉴얼을 무시한 채 허둥대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놓고 그 사실을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해경에 해상사고 관련 매뉴얼이 있는지, 매뉴얼대로 훈련을 제대로 했는지  재차 궁금해 진건 해경이 공개한 구조 영상 때문입니다. 해경은 사고 발생 2주 만인 어제, 초기 구조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사고 초기, 그러니까 세월호 선체가 온전히 물 위에 있을 때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승객을 구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소극적이었습니다. 
세월호 안산 단원고

(▲ 사진 설명: 침몰 직전 세월호 객실 안에서 승객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심영구 기자 4월 29일 보도.)

 영상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해경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배 안으로 들어가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았습니다. 배에 물이 들어차기 전인데도 해경은 이미 배를 탈출해 물에 뛰어든 승객들만 구명정에 태웠습니다. 그것도 구명정 단 한 척으로 말입니다. 그동안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승객 수백명은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 안에 500명에 가까운 승객이 타고 있었던 건 진도 관제센터와 목포 해경에서 분명히 알고 있는 정보였습니다.
세월호 첫 구조 영
배 안에 있던 승객을 나몰라라 방치한 해경이 가장 먼저 구조의 손길을 내민 곳은 조타실입니다. 승객에게 객실에 머물라고 했던 선원들만 줄줄이 구조한 겁니다. 해경은 선원인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확인한 결과 구조된 선원 가운데 일부는 세월호 유니폼을 입고 있었습니다. 유니폼인지 몰랐다고 해도 조타실에서 무더기로 나오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한번쯤 확인은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매뉴얼이 중요한 건 이런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시행착오를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제대로된 해상 사고 매뉴얼이 마련돼 있고, 그에 따라 훈련만 했다면 사고 발생 초기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는 곧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가와 직결되는 문제기도 합니다. 
이태리 선장
(▲ 사진설명: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침몰 당시 구조지휘책임자와 선장 사이 통화 내용. 유덕기 기자 4월 19일 보도)

 김석균 청장님, 해경은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야 할 선원들을 가장 먼저 배에서 탈출하도록 했습니다. 재작년 1월, 이탈리아에서 콩코르디아호가 침몰했을 때 구조 지휘책임자는 배를 버리고 달아나는 선장에게 “배로 돌아가 승객들을 책임지라”고 호통쳤습니다. 우리 해경이 선원을 탈출시킬 것이 아니라 배안으로 돌려보내 승객들에게 대피 방송을 하도록 했다면 어땠을까요.

 지금이라도 해상 사고 관련 매뉴얼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왜 사고 현장에서 해경이 우왕좌왕하게 됐는지 점검부탁드립니다. 김 청장님, 묻고 또 묻습니다. 정말 해경의 해상사고 관련 매뉴얼은 공개할 수 없는 겁니까.

(※일부 보도를 통해 선박의 설계도면을 입수해 신속하게 인명구조 할 수 있도록 현장 대응세력에게 전달하라는 내용이 매뉴얼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뉴얼 전체 내용은 해경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어 관련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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