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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핵실험 위협 북한의 '세월호' 위로…2009년 데자뷰?

[취재파일] 핵실험 위협 북한의 '세월호' 위로…2009년 데자뷰?
  북한이 지난 23일 조선적십자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해왔다. 북한은 판문점 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전달한 전통문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TV’에도 세월호 실종자들의 생환을 기원하는 동영상까지 올라왔다 한다. 체제와 이데올로기는 다르지만, 북한도 남쪽의 참사에 대해 같은 민족으로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 2009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 조전’ 직후 ‘핵실험’

  하지만, 4차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금, 북한의 ‘세월호 위로’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전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는 뭘까?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북한은 이틀 뒤인 25일 오전 6시쯤 노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표하는 조전을 발표했다. 김정일 위원장 명의로 발표된 조전에서 북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로 서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2007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같이 하며 10.4 선언을 마련했던 노 전 대통령이 예상치 않은 일로 세상을 떠나게 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파트너였던 김정일 위원장이 조전을 보내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조전 소식이 전해지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노 전 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조문단까지 보내오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추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불과 4시간 뒤인 2009년 5월 25일 오전 10시쯤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일이었다. 물론, 한 달쯤 전인 4월 29일 외무성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시사했다고는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조전까지 발표해놓고 불과 몇 시간만에 핵실험을 실시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남한 정세는 북한에게 부차적인 변수

  돌이켜보면, 2차 핵실험의 타임스케줄을 잡아놓고 있던 북한으로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갑작스런 돌발사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까지 같이 한 남쪽의 파트너가 예상치 않은 죽음을 맞았는데 ‘이를 고려해 핵실험의 스케줄을 연기할 것인가 아니면 예정대로 핵실험의 스위치를 당길 것인가’ 북한으로서도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후자를 선택했다. 핵실험이 남한보다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고 본다면, 남한의 정세는 북한에게는 부차적인 변수였던 것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전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기 직전 정상회담 파트너였던 노 전 대통령에게 행한 최소한의 예우였다고 볼 수 있다.

2014년은 2009년의 데자뷰가 될 것인가? 

침몰한 세월호 캡쳐
  세월호 참사가 나고 남한 전역이 참사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감행하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북한이 위로 전통문을 보내온 것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핵실험을 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2009년 조전 직후의 핵실험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북한의 ‘세월호 위로’가 유화적인 태도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북한이 이미 4차 핵실험을 결정했다면, 핵실험에 앞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의 뜻을 전하는 방법으로 위로 전통문을 선택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은 2009년의 데자뷰가 될 것인가? 북한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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