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드리포트] "빨간 불이라도 손잡고 건너면 무섭지 않다?"

[월드리포트] "빨간 불이라도 손잡고 건너면 무섭지 않다?"

- 중국인, 그리고 법치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작성 2014.04.28 14:43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빨간 불이라도 손잡고 건너면 무섭지 않다?"
중국인들이 농담처럼 자주 하는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빨간 불이라도 손잡고 건너면 무섭지 않다!" 개인 혼자서 저지르면 당연히 범죄가 될 일도 여럿이서 함께 도모하면 마치 면책 사유라도 되는 양 정당화하곤 하는 중국인 특유의 군중 심리와 희박한 법치의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입니다.

며칠 전 장시성(江西省)의 한 고속도로에서 화물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가 난 화물차는 요구르트 제품을 가득 싣고 달리다 과속 때문이었는지, 기사의 운전 미숙 때문이었는지 모로 넘어지면서 적재하고 있던 2천여 개의 요구르트 제품을 도로변에 그대로 토해 놓고 말았습니다.

싸움 구경, 사고 구경 좋아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답게 주변 마을 주민들이 사고 현장으로 속속 모여들더니 하나, 둘 도로 위에 나뒹구는 요구르트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황망한 화물차 기사나 출동한 경찰들의 사고 현장 수습을 도와주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웬 공짜냐! 횡재다!" 뭐 이런 생각들이었나 봅니다. 서로 눈치 만 보던 구경꾼들 가운데 누군가가 갑자기 "가져가자!"라고 소리를 치며 요구르트로 달려들자 순식간에 현장에서는 공짜 요구르트 쟁탈전이 벌어졌고 반 시간이 채 못 돼 2천 개가 넘는 요구르트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말끔히 주워갔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근처 집으로 달려가 오토바이를 몰고 와 박스 째 싣고 가기도 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이 경보 사이렌까지 울려가며 저지했지만 이미 굶주린 하이에나로 번해버린 사람들을 도저히 당해 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엄연한 집단 강탈과 다름없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죄의식도 없이 부끄러운 줄 모르는 자국민들의 모습을 보고 중국인들이 또 한 번 한탄했다고 합니다. CC-TV는 이런 행위가 징역 10년 형을 언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요구르트 절도에 가담했던 사람들도 아마 자신들의 행위가 범법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 혼자 한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죄를 저질렀으니 이렇게 많은 사람을 다 처벌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집단 속에 몸을 숨기고 그 익명성과 책임 분산의 효과를 누리고자하는 중국 사람들의 습성은 21세기 들어서도 아직 완전히 개선되지 않은 듯합니다.

공산당 지도부나 정부, 언론에서 그토록 법 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 등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가 지배하는 나라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전란과 반복된 왕조의 흥망성쇄를 목격하면서, 특히 '신(新) 중국' 성립 이후 문화대혁명 시절 '법 위에 사람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다보니 결국에 믿을 것은 법이 아니라 내 한 몸과 주머니 속 돈 뿐이라는 교훈이 뼈 속 깊이 유전자처럼 전해져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이렇다보니 "불의(不義)는 참아도 불리(不利)는 안 참는다"는 농담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나 봅니다. 역사의 질곡을 극복하고 대국 중국에 '법치'를 제대로 착근시키는 게 그만큼 어려운 과업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