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안산 단원고 앞에서 작은 사진관을 하면서 20년 동안 학생들 사진을 촬영해왔던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이 할아버지가 지금 떠나간 아이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을선 기자입니다.
<기자>
수학여행을 다녀오겠다며 신이나 떠났던 아이들이 한 장의 영정 사진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에 보는 이들은 가슴이 더 미어집니다.
[유족 : 아, 우리 아이 여기 있네.]
영정 사진 대부분은 안산 단원고 앞, 65살 류 모 씨가 운영하는 사진관에서 촬영됐습니다.
20년 가까이 단원고 학생들은 이 사진관에서 학생증 사진을 찍어 왔고, 세월호 침몰에 희생된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증 사진이 결국 영정 사진이 된 겁니다.
수학여행의 추억을 담아주기 위해 함께 세월호를 타고 제주로 가려다 개인 일정 때문에 가지 않았던 류 씨는, 애통하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영정 사진을 무료로 만들어 제공했습니다.
[권명화/경기도 안산시 주민센터 직원 : 너무나 슬퍼하면서 영정사진 만드는 것에 밤낮으로 지금 봉사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지금 시간이 없다, 빨리 가야 된다. 밤샘작업하고 있는데 이러면서 얼굴이 엄청 피곤해 보이시고.]
평소에도 마을 신문 사진과 어르신들의 영정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며 조용히 남을 도왔던 류 씨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