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 갈등으로 3개월 만에 100만 명이 '인종청소'를 당한 르완다 대학살사건이 발생한 지 20주년만에 남수단과 중앙아프리카에서 유사한 유혈사태가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수단에서는 지난 15, 16일 북부 유전지대 벤티우 마을에 무장괴한이 들이닥쳐 마구 총을 쏴 200여 명의 사망자와 4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남수단 최대 부족 딩카족이었다.
남수단과 맞붙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이슬람 계열인 셀레카 반군과 기독교 민병대 '안티 발라카'의 잇단 보복테러로 '대량학살 위기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 남수단 딩카족 200명 학살…르완다와 닮음꼴
딩카족에 이어 두 번째 다수부족인 누에르족이 중심이 된 반군은 지난 16일 지난주 정부군과 교전 끝에 벤티우를 재탈환하고 사원과 교회, 병원 등으로 피신한 딩카족 수백명을 학살했다.
이들은 반군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 가차없이 살해했다.
추가 학살을 우려한 주민들은 벤티우 소재 유엔 기지에 몰려들어 이달 초 4천500명이었던 기지 내 난민은 현재 2만 2천 명까지 늘었다.
유엔 남수단 특별임무단 토비 렌저 부대표는 최근 벤티우를 방문해 주변 도로와 시장, 종교시설 안팎에 시신이 쌓여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참혹한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북부의 이슬람 문화권인 아랍계와 남부 기독교, 토착신앙 문화권인 아프리카계로 물과 기름 같았던 수단은 수십 년간의 내전과 학살 등 상처를 남긴 채 2011년 남수단이 분리 독립하게 됐지만 남수단의 대통령은 딩카족인 살바 키르가, 부통령은 누에르족인 리에크 마차르가 맡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남수단에서는 지난해 12월 정부군과 반군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해 수천 명이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100만 이상의 주민이 내전을 피해 집을 떠났다.
지난 1월 정부군-반군 간 휴전협정이 타결됐으나 북부 유전지대를 중심으로 교전은 계속되고 있다.
◇ 중아공 기독교 민병대와 이슬람 반군 전투 심화
지난 8일 종족·종교 분쟁으로 유혈사태를 겪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데코아 시 한복판에서 기독교 민병대와 이슬람 반군 간 전투가 벌어져 30여 명이 숨졌다.
또 지난달 27일 밤에는 중아공 수도 방기 시 한 장례식장에서 수류탄 공격이 발생, 20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
지난 2월에는 중아공 서부 보다 시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종교 분쟁으로 일주일 동안 최소 75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유엔은 지난 20, 21일 프랑스 평화유지군, 유엔난민기구, 국제이주기구 등의 차량 호위 속에 안티 발라카에 의한 공격이 우려되는 수도 방기시 거주 이슬람교도 93명을 동쪽으로 약 300㎞ 떨어진 밤바리 시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1958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뒤 수십 년 간 독재와 군사 쿠데타를 거듭하며 분쟁상태 놓였던 중아공은 지난해 3월 이슬람계 무장세력인 셀레카 반군이 무력으로 기독교도인 프랑수아 보지제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
셀레카 반군이 이슬람계 지도자 미셸 조토디아를 대통령으로 앉히고서도 약탈과 기독교도 탄압 등 폭력행위를 계속하자 기독교계가 민병대를 조직해 맞서면서 유혈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셀레카 정권이 붕괴하면서 캐서린 삼바-판자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출범했으나 이번에는 기독교계 민병대에 의한 이슬람교도 보복 살육과 공격이 그치지 않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지난 21일 "중아공이 대량 학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기독교, 이슬람교도, 무신론자 등 갈등의 모든 당사자들이 관용의 정신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을 호소했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5일 중아공 수도 방기를 방문, 20년 전 국제사회가 르완다에서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뒤 "르완다 대학살과 같은 사태가 이곳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남수단·중아공…'제2 르완다 사태' 벌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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