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라앉는 배 갑판에서 끝까지 학생들 구조에 나선 분을 진송민기자가 직접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왼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침몰 직전인 세월호 4층 갑판 끝에 한 남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위태롭게 벽을 타더니 한 손으로 소방호스를 끌고 가며, 선실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습니다.
파란 바지를 입은 이 남자, 49살의 화물차 기사 김동수 씨는 제주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여기 지금 파란바지 입으신 게 선생님?) 네.]
피해학생들 또래의 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의 아버지인 김 씨.
[김동수(49)/세월호 탑승자 : (집에 있는) 딸 생각이 나는데, 우리 딸이 지금 저기 있다고 생각하면 자식들이 저기 있다고 생각하면, 겁나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당시 선실 안 사람들은 마치 우물 안에 갇힌 것처럼 선실문이 머리 위에 놓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저 안쪽의 상황이?) 여학생들은 힘이 없으니까 툭툭 떨어져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소방호스를 두 개로 했거든요. 잡아서 당기면 올라올 수 있겠다 싶어서… 그래서 이제 여기 기둥에 묶어요. 소방호스를 계속 던지는 거예요.]
소방호스를 붙잡은 학생 서너 명을 끌어올렸는데, 순식간에 선실 안에 물이 차올랐습니다.
[잠기면서 한번에 나온 거예요. 잠깐, 뭐 10초가 되나마나 뭐 잠깐이니까 몇 사람 못 튀어나온 거죠, 그쪽에 있던 사람들이….]
갑판까지 완전히 물에 잠기기 직전. 구조대가 도착하자 학생들을 구조선에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물에 빠진 여자아이를 건져내 한 남학생에게 안긴 뒤, 구조선에 태우기도 했습니다.
[이 아이가 푹 빠지니까 건져서 남학생에게 건네줬어요. 아이를 남학생이 안고 있고, 선생님이 뒤에서 남학생을 잡고 계시네요.]
더 이상 구조를 할 수 없어 구조선을 타고 떠나야 했던 그 마지막 순간에 김 씨의 시간은 멈춰 있습니다.
[그 광경을 안 본 사람은 아무도 모르지. 놔두고 오는 제 심정은…. 학생들이 '아저씨,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기다려주세요'라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