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은 오랫동안 천대를 받아왔습니다. 대체로 1945년 광복 이전에는 한자에, 1945년 이후에는 영어의 위세에 눌렸습니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유독 영어를 많이 썼습니다. 스포츠가 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경기 용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대회 이름에도 영어가 남용됐습니다. 국내 프로야구가 2개 리그로 나뉘어 치러질 때 각 리그 이름이 ‘매직리그’ ‘드림리그’였습니다. 현재 국내 프로축구도 2개로 나뉘어 정규리그를 치릅니다. 상위 리그 이름은 ‘K리그 클래식’ 이고 하위 리그 이름은 ‘K리그 챌린지’입니다. 골프는 더 심각합니다. 대회명에서 아예 우리말을 찾기 어렵습니다. 올해 열리는 국내 여자 프로골프 대회명을 살펴보면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E1 채리티 오픈’처럼 영어로 도배한 것이 많습니다.
해마다 10월9일은 한글날입니다. 1946년부터 공휴일로 지내오다 1990년에 공휴일 지정이 폐지됐습니다. 이후 한글학계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해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한글날이 24년 만에 다시 국가 공휴일로 지정된 이유는 자명합니다. 범람하는 외국어 사용, 특히 영어 남용으로부터 우리의 얼이 담긴 한글을 수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글 사랑을 위해 한글날을 공휴일로 다시 만들어 놓은 뒤에도 이렇게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기모순이요 자가당착입니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단어는 불가피할 경우에만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게 옳습니다. ‘매뉴얼’이나 ‘컨트롤 타워’란 단어를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을 정부는 물론 언론도 단 한번이라도 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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