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흥 강대국으로 떠오른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와의 관계정립에 실패하면서 이들 국가 사이에서 친구와 영향력을 잃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에드워드 루스 칼럼니스트가 쓴 '오바마는 어떻게 브릭스에서 친구와 영향력을 잃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브릭스 국가들과의 관계정립에 실패하게 된 과정을 상세히 분석했다.
칼럼은 지난달 유엔에서 미국의 주도로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할 당시 브릭스 5개국 중 4개국이 기권한 것을 상징적 사례로 제시했다.
또 다음달 인도 총선에서 차기 총리 당선이 유력시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국민당 후보가 "유엔 회의 참석차 뉴욕에 가는 것을 제외하면 따로 미국을 방문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사실도 소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는 전통적으로 신흥국 중 가장 자연스러운 미국의 동맹이었으나 지금은 골치 아픈 풍향계가 된 실정이다.
지난달에는 낸시 파월 인도 주재 미국대사가 인도 정부로부터 사실상 '외교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취급받다가 대사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칼럼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러시아의 대통령은 전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보다 서방에 덜 적대적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였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오바마의 제안은 메드베데프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푸틴이 다시 러시아의 대통령이 됐고 그때부터 미러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미중 관계 역시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됐다.
오바마는 집권하자마자 중국을 방문, 중국을 미국과 함께 양대 강국으로 인정하는 이른바 'G2' 정상회담을 하고 기후변화에서부터 재정불균형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국제사회 현안을 함께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복잡한 국내문제 해결에 고전하고 있던 중국은 국제적 수준의 문제를 다룰 만한 준비가 안된 상태였고 오바마의 제안은 중국으로부터 무례하게 퇴짜를 맞았다.
그 이듬해 오바마는 환영받지 못한 'G2'라는 표현 대신 아시아를 중시한다는 내용의 '아시아 중심축' 전략을 선보였으나 이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웃국들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려 하는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주 일본과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방문하지만 중국은 일정에서 빠져 있다.
최근 중국의 반미(反美) 공세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브라질과의 관계 악화는 한층 구체적이다.
오바마는 2009년 트리니다드에서 열렸던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까지 주요 중남미 국가에 구애공세를 폈지만 지난해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 국가안보국(NSA) 도·감청 실태 폭로가 이뤄지면서 브라질과의 관계는 급전직하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스파이 행위에 항의해 지난해 10월로 예정됐던 워싱턴 국빈 방문을 취소했다.
칼럼은 브릭스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배경은 각각 다르지만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는 세계가 점점 약화되는 미국의 힘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국민이 자국의 전 세계에 대한 책무에 염증을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칼럼은 지적했다.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년 축소되는 추세인 반면 중국의 국방비는 두자릿수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예산 축소는 더이상 미국이 과거 이라크전과 같은 침공을 수행하지 못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들이 자국의 전 세계에 대한 책무에 염증을 내고 있는 현상은 오바마로 하여금 내부적 문제에 더욱 신경을 쓰도록 만들고 있다.
오바마의 진정한 중심축은 아시아가 아니라 미국인 것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에는 두 개의 당이 있지만 민주당은 모든 종류의 통상협정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공화당은 모든 국제기구를 싫어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당과 미국 국민 모두 오바마가 원하거나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가중될수록 브릭스 국가들은 미국을 제쳐놓고 자기들끼리 주요 사안을 논의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칼럼은 전했다.
(시드니=연합뉴스)
"오바마, 브릭스서 친구·영향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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