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연구팀이 성인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한 연구성과는 '황우석 사태' 이후 활력을 잃고 가라앉았던 국내 줄기세포 연구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교수팀과 미국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정영기 교수팀은 성인의 체세포를 이용해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를 세계 최초로 확립했다는 연구성과를 18일(한국시간) 세계적 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발표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를 토대로 상처입은 인체 조직과 기관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며 "난치병 환자를 위한 맞춤형 줄기세포를 개발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유전물질을 제거한 난자에 성인 남자 피부세포를 주입해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과거 황우석 박사가 시도한 방법과 기본 틀이 같습니다.
황 박사는 2004년 유전물질을 제거한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해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를 만들었다고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으나, 데이터 조작으로 드러나 2005년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오일환 한국줄기세포학회장(가톨릭대 의대 교수)은 "황우석 박사 파동 이후 한국 줄기세포 학계가 어려움에 빠졌는데, 10년째 되는 해에 세계적 학술지가 인정한 성과가 나왔다"며 "그 사이 꾸준히 축적한 기술적 진보로 이룬 쾌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지난해 미국 오리건 과학대학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팀이 태아의 체세포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한 이후 두 번째로 보고된 이 분야 학문적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와 그간 진행한 배아줄기세포 분화 기술을 활용하면 국내에서 난치병 환자 대상 임상 연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자신의 체세포로 복제 줄기세포를 만들면 자기에게 꼭 맞는 특정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시켜 '맞춤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성인 체세포로 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했다고 해서 난치병 환자들이 당장 세포치료제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세포치료제를 향한 첫 걸음마를 뗀 것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합니다.
오 회장은 "이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사람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임상적으로 안전한지, 효능이 좋은지, 줄기세포가 안정적으로 분화하는지 등을 후속 연구로 입증해야 한다"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효율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너무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면 윤리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데다 비용과 자원이 낭비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연구팀의 난자 기준 줄기세포 수율은 2.6%에도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75세와 35세 성인 남성에게서 피부세포를, 4명의 난자 공여자로부터 77개의 난자를 기증받았습니다.
기증받은 체세포와 난자를 결합해 5개의 포배기 배아를 생산했고, 이 가운데 단 2개의 줄기세포주를 확립했습니다.
이 교수는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 확립에 영향을 주는 난자 요인을 찾으면 수율을 높일 수 있다"며 "좀 더 연구하면 10~20%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난자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종교나 문화에 따라 난자와 배아를 생명체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국내에서는 난자를 기증받아야 하는데, 건강한 난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미국에서 연구를 수행했다"면서 "연구용 난자 기증을 완화하면 충분히 국제 경쟁력을 갖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차병원 연구팀은 난자를 이용하지 않고 체세포에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줄기세포를 만들어 윤리적 논란에서 자유로운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연구자들은 물론, 앞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한 미국 미탈리포프 박사팀 등과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성인 체세포로 복제 줄기세포 확립…의미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