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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끝나면 번호판 떼는 화물차…수상한 거래, 왜?

<앵커>

화물차 운송을 위한 영업용 번호판 허가는 지난 2004년 이후 중단된 상태입니다. 과도한 운송비 경쟁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러다보니 영업용 번호판이 불법으로 임대되고 있는데 가격이 최고 3천만 원에 이릅니다. 이 돈을 감당하려면 무리한 운행을 할 수 밖에 없고, 결국엔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엄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화물차 운전자가 차량에 번호판을 붙입니다.

지난밤 일을 마치고 집에 가져갔던 번호판을 다시 붙이는 겁니다.

운수업체에서 본인도 모르게 번호판을 떼어낼까 걱정되는 운전자는 매일 번호판 뗐다 붙이기를 반복합니다.

[최 모 씨/화물차 운전자 : 강제적으로 (운송업체에서) 번호판을 뗀다고 하니까 저도 (일이 끝나면) 번호판을 떼야 하는 거죠.]

지난 2004년 국토교통부는 과도한 경쟁을 막겠다며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 허가를 중단했습니다.

이후 운송업체들이 허가받은 번호판을 차주에게 빌려주면서 수천만 원을 받는 관행이 만들어졌습니다.

차 주인 따로 번호판 주인 따로인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한 운송업체에 찾아가봤습니다.

운행 얘기가 나오자 화물차 번호판 시세표부터 보여줍니다.

[운송업체 관계자 : 2013년 12월 때 가격이 1,900만 원 나갔어요. 12월에도…. 1,300만 원은 작년 3월 기준이고요.]

화물차가 몇 톤이냐에 따라 번호판 가격도 제각각인데, 최고 3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번호판 가격에 대한 부담은 결국, 무리한 운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화물차 운전자들은 하소연합니다.

한 달 평균 2백만 원이 안되는 낮은 운임에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선 많이 싣고 빨리 달리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무리한 장시간 일정도, 졸음운전도, 마다할 수 없는 이윱니다.

[이 모 씨/화물차 운전자 :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돈을 다 갚고 시작하려면 하루에 4시간, 일주일에 집에 한 번 들어갈까 말까 하는 정도….]

운송업체가 번호판을 다시 뺏어가도 속수무책이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김 모 씨/화물차 운전자 : 번호판 값을 차주가 부담하면서도 그 번호판에 대한 권리를 다 운수회사에서 갖고 있으니까….]

국토교통부는 사적인 거래라며 관리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운송회사들이 차주의 동의 없이 차량을 매도하는 행위를 막는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채,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김경연,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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