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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번 주말 영국 축구가 '7분'에 시작하는 이유

[취재파일] 이번 주말 영국 축구가 '7분'에 시작하는 이유
오늘(토)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와 에버튼의 경기가 열립니다. 선덜랜드에는 우리 기성용 선수가, 에버튼에는 우리의 월드컵 상대인 벨기에대표팀 공격수 루카쿠와 미랄라스가 있어 국내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이 경기는 우리 시간으로 밤 11시7분(영국 현지 시간 오후 3시7분)에 시작합니다. 선덜랜드-에버튼 전 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주말 영국에서 열리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2부리그) 경기, 그리고 아스널과 위건의 FA컵 준결승전까지 모두 분침의 끝자리가 '7'로 끝나는 시간에 킥오프합니다. 

축구 경기는 대개 00분, 30분에 시작하고, 프리미어리그나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45분에 킥오프하는 경기도 많은데, 이번 주말 영국에서 열리는 경기들만큼은 이채롭게도 모두 '7분'에 시작합니다.

서대원 취재파일
그 이유는 바로 올해가 '힐스보로 참사(Hillsborough disaster)' 25주기이기 때문입니다. '힐스보로 참사'는 1989년 4월15일 영국 셰필드 힐스보로 경기장에서 발생한 영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당시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전에서 무려 96명의 리버풀 팬이 숨지고 70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당시에는 입석 관람이 가능했는데, 2만5천명의 리버풀 원정팬들이 찾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인원이 관중석에 한꺼번에 몰리며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압사했습니다. 경기장 일부가 붕괴되기까지 하면서 사상자가 더 늘었습니다. 당시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경기는 시작 6분 만에 중단됐습니다.

서대원 취재파일
그래서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힐스보로 참사 25주기를 맞아 이번 주말 열리는 모든 리그와 FA컵 경기에서 6분까지 선수들이 입장하고, 1분간 묵념한 뒤 7분에 경기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영국 경찰은 리버풀 팬들의 무질서를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했었는데, 오랜동안 계속된 진실 규명 노력 끝에 23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2012년에야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경기 시간이 임박하자 경찰이 제대로 된 통제 없이 팬들을 경기장에 밀어넣었고, 사고 당시 응급조치만 제때 이뤄졌더라도 사망자 가운데 절반은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겁니다.

이에 영국 경찰은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고, 사상자들에게 책임을 몰아갔던 보수당 정부를 대표해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가 직접 유족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진실이 밝혀진 직후 2012년 9월23일에 열린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벌전에서는 양팀 선수들이 96명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모두 등번호 96번을 달고 경기장에 입장하기도 했습니다.

등번호 96
영국 축구의 '7분' 킥오프는 힐스보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야한다는 경각심을 되새기는 시간입니다. 국내 축구팬들께서도 이번 주말 영국의 추모 분위기에 잠시나마 동참해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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