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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줄에 매달린 채…목숨 건 '고공 노동자'

<앵커>

봄철을 맞아서 곳곳에서 고층 건물 외벽청소가 한창입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이런데서 일할 때는 안전장비가 생명장비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해마다 300명 넘는 노동자들이 고층건물 외벽이나 공사장 같은 높은 곳에서 추락해 숨지고 있습니다.

조을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서울에서 박물관 외벽청소를 하던 청소 노동자가 8층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경기도 여주의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도 작업하던 사람이 15미터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모두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생긴 사고였습니다.

고공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4층 높이에서 외줄에 매달린 채 외벽 청소를 하고 있지만, 추락방지를 위해 매는 안전벨트는커녕 안전모도 없습니다.

들고 있던 청소도구를 아래로 떨어뜨리기까지 합니다.

[높은데 위험하진 않으세요?]

[청소 노동자 : 위험한데 먹고 살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주위에 줄 타다가 돌아가신 분도 있어요.]

건설현장 노동자들도 안전고리를 매지 않은 채 20미터 높이 철골 위를 외줄 타듯 다니는데, 안전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기업 수리기사 역시, 고층건물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면서도 안전장비가 있기는커녕 복장 규정까지 지켜야 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 맨손으로 타는 거죠. (구두 신으셨잖아요.) 네. 회사에서는 계속시키기 때문에.]

2미터 이상 높이에선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10미터 이상에선 안전망을 설치해야 하는데, 갖춘 곳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 업무 중 추락해 숨진 사람은 349명으로, 전체 산재 사망자 가운데 32%나 됐습니다.

[조원철/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 인명 손실과 재산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반드시 해야 됩니다. 이 안전 장구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자들에게 철저하게 교육하고.]

건설현장의 경우 공사액의 평균 1.3% 정도를 안전관리비로 사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적발되는 곳이 해마다 500군데가 넘습니다.

사망사고가 나더라도 대부분 무혐의 처분되거나 수백만 원의 벌금으로 끝나는 관행 역시 안전불감증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우기정,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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