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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주장한 집단자위권 근거 판결 누설 논란

최고재판장, 美대사 면담 때 결론 암시 발언…재심청구 움직임

아베가 주장한 집단자위권 근거 판결 누설 논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집단자위권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려고 언급한 스나가와(砂川) 사건 판결 내용이 선고 전에 사실상 누설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나카 고타로(田中耕太郞·1974년 사망) 당시 최고재판소 장관이 스나가와 사건 판결 선고 전에 주일 미국 대사인 더글러스 맥아더 2세(1997년 사망, 더글러스 맥아더 전 연합군사령관의 조카)를 만나 최고재판소(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도쿄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나가와 사건의 판결을 한 달가량 남겨둔 1959년 11월 5일 맥아더 대사는 미국 국무장관 앞으로 외교문서를 보내 다나카 장관이 "(1심을 담당한 도쿄지법) 다테 아키오(伊達秋雄·1994년 사망) 재판장이 헌법상 쟁점에 관해 판단을 내린 것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고 보고했다.

맥아더 대사는 1심 판결이 뒤집힐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도쿄신문은 일본 연구자들의 정보 공개 청구로 이런 내용이 2011년에 확인됐고 다나카 재판장의 발언이 평의 내용을 누설하지 못하게 한 재판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전했다.

또 스나가와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올해 여름에 재심을 청구하려고 준비 중이라서 판결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스나가와 사건을 다룬 최고재판소 판결이 헌법 9조 하에서도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집단자위권을 다룬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도쿄신문은 역대 내각이 스나가와 판결까지 고려하고도 집단 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33년 전에 결정해 유지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가 이를 무시하듯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와세다(早稻田)대 법학학술원 교수는 "스나가와 판결로 헌법상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논의는 무리가 있다. 판결에서 인정됐다면 지금까지 정부 견해에 반영됐을 것인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변호사 출신인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스나가와 판결은 개별자위권을 인정한 것으로 집단자위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견을 표명했다.

10일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아베 총리의 해석이 견강부회라고 평가했고 사민당과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스나가와 사건은 1957년 7월 도쿄도(都) 스나가와(현재의 다치카와<立川>시)의 미군 비행장(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 학생 등이 철책을 끊고 기지 영역으로 들어갔다가 미·일 간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른 형사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심을 담당한 도쿄지법은 1959년 3월 '일본 정부가 미군의 주둔을 허용한 것은 전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2항에 위배된다'며 전원 무죄판결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최고재판소는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1963년 피고인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아베 총리는 이달 8일 BS후지 방송에 출연해 스나가와(砂川) 판결이 "집단자위권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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