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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필리핀 한국 유학생 납치 피살…관광객도 안심할 수 없다

주 필리핀 대사관 "현지 문화 이해하고 존중해 주세요"

[취재파일] 필리핀 한국 유학생 납치 피살…관광객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 1월 필리핀 북부 관광도시 바기오. 2월 북부관광도시 앙헬레스. 4월 6일 다시 바기오의 한 식당.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성이 총에 맞아 숨진 곳입니다.

이어 이번엔 납치된 한국 유학생이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올 들어서만 한국인 피살 사건이 4건이 됐습니다.

필리핀은 한국인이 동남아에서 가장 많이 찾는 곳입니다. 사업, 관광, 영어교육은 물론이고 범죄자 도피까지… 2011년 한국인 94만 명이 필리핀을 찾았는데, 2012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는 대지진과 태풍 피해가 컸는데도 116만 명이 찾았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범죄 피해도 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2012년 말까지 한국인 21명이 필리핀에서 살해됐습니다. 같은 기간 인도인 65명, 중국인 34명, 미국인 28명이 살해된데 이어 필리핀에서 살해된 외국인으로 4번째입니다.

2013년 15명에 이어 올해 4명이 살해되면서 2009년 이후 40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범죄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에서 살해된 한국인이 모두 160명인 점을 감안하면 25%가 필리핀에서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겁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목숨을 잃은 한국인 대부분은 그 곳에 정착해 사는 교민들입니다. 사업상 또는 동업자끼리의 불화가 목숨까지 앗아가는 사건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범인이 거의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마저도 추정일 뿐이라는 겁니다. 우리 돈 100만 원이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소문 아닌 소문으로 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유학생 납치피살 건은 그런 원한 관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돈을 노린 범죄라는 점은 일반 관광객도 같은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주 필리핀 대사관 홍덕기 영사의 말입니다.

"필리핀이란 나라는 치안이 불안합니다. 공권력 자체가 약하고, 불법 무기를 구하기 쉽습니다. 불법 총기가 70만 정이 돌고 있다, 100만 정이 돌고 있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한국 관광객이 동남아에선 필리핀에 가장 많습니다. 방문객이 많다보니 피해도 많은 겁니다. 또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고 나서 "돈이 많다"라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관광객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국 관광객들은 입국 순간 긴장이 풀어져서 조심을 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필리핀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순박합니다. 나름대로 잘 살았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흥분도 잘 합니다. 히야(체면) 문화가 잘 발달돼 있다는 점을 공부하고 가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관광객은 필리핀과 필리핀 사람을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이게 마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1. 한국인은 돈이 많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2. 한국인은 종종 히야(체면) 문화를 무시한다.
3. 현지에서는 불법무기를 구하기 쉽다.
4. 필리핀인은 평소 순박하지만 무시당하면 쉽게 흥분한다.

물론 관광지에서도 소매치기나 강도를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특히 필리핀에선 최근 이런 변화와 특징을 명심하고 찾아야 한다고 현지 대사관에선 당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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