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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가난하면 일찍 죽는다?

햇살은 따사로이 비치고,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 소리가 운동장에 가득 합니다. 아이들의 야구 시합을 구경 온 부모들의 얼굴에선 미소와 가벼운 탄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아이는 배트를 힘차게 휘두르고, 그라운드로 뛰쳐나갑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한 게 아닐까요? 부모들은 휴일 한낮의 평화가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하지만, 비극은 늘 느닷없이 찾아오죠. 그 아픔도 크고요. 아이가 쓰러졌습니다. 병원으로 실려 간 아이는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심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아들은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25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수술 비용이 문제입니다. 아버지는 파트타임 근로자로 보험 혜택도, 정부 지원금도 받을 길이 없습니다.

미친 듯이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어 보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나눠 줄 온정이 남아 있질 않습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아버지는 절망한 나머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합니다. 아들이 수술받을 병원을 무력으로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며 아들을 수술시켜 줄 것을 요구합니다. 영화 <John Q>의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공공의료보험제도가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산업 국가이고, 오바마케어로 시끄러운 미국의 공공의료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미국인 5000만명은 경제적인 이유로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으며, 그들은 비싼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단지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왠 <존 큐>? 하시겠지요. 이 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는 서울대 의대 의과학교실 김 윤 교수의 조사결과 때문입니다.

김 교수의 연구를 보면, 입원 환자의 사망률이 소득 수준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병원의 입원환자 사망률 차이의 그 첫 번째 이유가 바로 환자의 소득 수준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의학 전문지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을 봐도 전국 66개 종합병원의 입원환자 13만 명을 4년간 전수 조사한 결과, 위나 장 출혈 같은 질환의 경우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사망률이 일반 환자보다 5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폐렴은 30%, 뇌혈관 질환은 21%, 심근경색은 19%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의료급여 환자의 사망률이 더 높은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유의 80%는 결국 경제적인 것으로,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 의료급여 환자들이 값비싼 비급여 진료를 포기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또 의료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20%의 원인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실례로, MRI나 CT의 경우, 1회는 의료 보험 적용이 되지만 그 이후에는 수십만 원의 비용을 감당하여야 하기 때문에 의료 급여 환자는 형편상 이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결국 의료 서비스 질의 저하로 연결돼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약의 종류도 적지 않습니다.

백혈병 치료제의 대명사인 글리벡의 경우 보험급여 지급 여부로 수많은 논쟁이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의료 부문의 공공성 강화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연구진은 가난한 환자들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환자가 병원비 걱정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더 많은 지원과 제도 정비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의료 복지 확대에 따른 이념 갈등이 적지 않았음을 고려해 본다면 어쩌면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문득, 조금은 방향이 다를 수 있지만, 공공 의료와 관련해 영화 <식코>를 만든 영화 감독 마이클 무어가 영화를 통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 떠오릅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은 ‘우리는 누구인가?’입니다.

“소방서와 경찰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료 역시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제는 ‘나’가 아니라 ‘우리’를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고, 시사하는 바도 가볍지 않지만, 현재의 우리에겐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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