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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별그대' 도민준까지 동북공정 하려는가?

[월드리포트] '별그대' 도민준까지 동북공정 하려는가?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작성 2014.04.09 13:55 수정 2014.04.09 14: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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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별그대 도민준까지 동북공정 하려는가?
 특파원 발령을 받고 베이징에서 취재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아직은 낯선 중국 외교부 브리핑룸이나 북일 교섭 취재로 북한대사관을 찾았을 때 마주치는 중국 기자들에게 명함 한 장과 함께 첫 인사를 건네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과분한 환대를 받곤 합니다. 다름 아닌 ‘별에서 온 그대’ 효과 때문입니다.

베이징 시내 어지간히 트렌드에 민감한 레스토랑에 가보면 영락없이 ‘치맥’ 메뉴를 접하는 건 애교 수준이고, 육면체 건물에서 지면을 뺀 나머지 다섯 면을 온통 ‘도민준’과 ‘천송이’ 포스터로 치장한 커피숍이나 의류 매장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 한류 신드롬 취재차 한 커피숍을 찾았다가 SBS 소속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리따운 20대 중국 여성들로부터 인증샷 요청까지 받는 일생일대의 호사까지 누렸으니 더 말 할 나위가 없겠죠!

'도민준' 역을 맡은 김수현씨와 '천송이' 역의 전지현씨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중국 내 예능 프로그램들이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두 남녀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빠짐없이 기사화되는 게 오늘날 중국 사회입니다. 너도나도 '도민준' 같은 멋진 남자를 만나 볼 수 있기를, 또 어떤 식으로 든 인연의 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오늘날 중국인들입니다.
도민준 족보
그래서일까요? 중국에서는 요즘 다소 억지스럽기까지 한 '도민준' 중국사람 만들기 프로젝트가 한창입니다. <KMT184.05>라는 외계 소행성에서 왔다는 드라마 속 가상 인물 '도민준'을 중국인으로 만들어 버린 겁니다.

중국 산둥(山東)성의 옌타이신문은 '도(都)'씨 성은 중국내 330번째로 많은 성씨라고 소개하면서 청나라 함풍(咸豊)제 7년(1857년)에 나온 <도씨족보(都氏族譜)>를 인용해 1260년 몽고에서 기원해 중국으로 넘어 온 '도'씨 들이 산둥성 옌타이(烟台)시 모우핑(牟平)구 장거좡(姜格庄)진 베이도우(北斗)촌에 정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뒤로 도씨 사람들이 동북3성(지린, 헤이룽장, 랴오닝)을 비롯해 베이징, 내몽고, 허난과 허베이, 안후이, 쓰촨 등 중국 각지로 퍼져나갔지만 모두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도씨 집안 사람 일부가 산둥성과 인접한 한반도로 이주했을 가능성도 역사적인 인구이동 법칙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며 찬란한 '중화문화'가 발현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의미 부여를 했습니다.        
도민준 족보
이에 질세라 '도민준'이 허난(河南)성에 뿌리를 둔 도씨의 후손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허난성 사회과학원 소속의 점잖은 고고학자 장신빈(張新斌)은 '도민준'의 '도(都)'씨 성이 동주(東周·B.C.770?256년)시대 정(鄭)나라가 있던 현재 허난성 정저우(鄭州)시 산하 신정저우(新鄭州)에서 퍼져나간 것이라며 제법 그럴 듯한 고증을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도씨의 자손이 키가 크고 미남자였으며 무예도 출중했다고 은근히 우상화까지 시도했습니다.

별에서 왔다는 '도민준'을 두고 자기 지역 출신이라고 티격태격하는 허난성과 산둥성의 어이없는 종주권 다툼을 보면서 말 많고 탈 많았던 '동북공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블랙홀처럼 혹은 용광로처럼 동양적인 모든 것이 중국에서 시작됐고 따라서 모두 중국 것이라고 하는 뿌리 깊고 타협이 불가능한 중화의식이 웃지 못할 '도민준' 중국인 만들기 프로젝트의 배경인 겁니다. 하지만 동아시아 역사는 비단 중국의 전유물이 아닌 한국과 일본, 몽골을 비롯한 저마다 다른 민족들이 공유해 온 시공간이었음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대다수중국인들의 아집으로 인해 불필요하고 생산적이지 못한 역사 갈등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도민준이 중국인이라니 억지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 사람들은 "웃자고 하는 얘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고 있지만 그들의 속내를 누가 알리요? 그저 산둥성이나 허난성에 난데없이 출연한 '도민준' 탄생 기념관을 취재하러 가야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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