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내라 하지, 딱히 살길은 없지, 기르지도 않은 자식들 상대로 어떻게 소송을 걸어…."
서울 중랑구 중화2동 허름한 단층주택에 홀로 사는 김복녀(73·가명) 할머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할머니의 수척한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6일 시립 중랑노인종합복지관 등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지난달 중순 수면제 7알을 먹고 세상을 등지려 했다. 다행히 할머니는 이틀 뒤 잠에서 깨어났다.
할머니의 집은 서울시 소유의 토지 위에 지어져 토지와 도로 사용료로 연간 250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 그런데, 2년 전 건강 문제로 청소부 일을 그만두면서 돈을 벌 길이 막막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40년도 더 전에 헤어진 두 아들과 딸 한 명을 상대로 부양료 청구소송을 하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자신의 손으로 키워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식과 법정다툼을 벌이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려 했다는 게 할머니의 한탄이었다.
완연한 봄이 찾아왔지만 할머니가 사는 집은 겨우내 난방을 하지 못해 냉기가 돌았다. 대낮에도 집 안은 어두컴컴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 전등도 켜지 않았다.
이전에도 두 번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할머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차상위 계층이다.
할머니가 매달 받는 돈은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지 않는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누구나 받는 기초노령연금 9만4천여원이 전부다. 전기료와 병원비를 빼면 쌀을 살 돈조차 남지 않는다.
할머니는 미국에 있다는 언니가 한때 자신 명의로 6천만원 가량의 예금을 들어 놓았던 기록과 자녀가 셋이나 된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소화기 계통 문제로 10분이 멀다 하고 화장실을 가야 하지만, 검사비 8만원이 없어 진단도 못 받았다"며 "돈 걱정에 눈만 감으면 끔찍한 상상이 떠올라 제대로 잠도 못 잔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 모녀 자살사건'을 계기로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김 할머니처럼 '복지 사각지대'에서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 할머니를 담당한 사회복지사 박수화씨는 할머니를 돕고자 인터넷 모금 사이트 '다음 희망해'에서 모금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 액수는 토지사용료와 생활비 등을 합쳐 480만원이다.
박씨는 "고령 독거노인은 각종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몰라 신청도 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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