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한옥마을, 무턱대고 조성…미분양에 '쩔쩔'

<앵커>

최근 몇년 새 지자체들이 지역 대표 관광지로 한옥마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줄줄이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분양이 되지 않아 부지들이 허허벌판인채 방치돼있습니다. 심지어, 이럴 걸 예상했으면서 사업을 밀어붙이기도 했습니다.

뉴스인뉴스, 김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SH공사가 조성하고 있는 서울 은평구의 한옥마을 터입니다.

3만 6천㎡로, 전체 150채 정도의 한옥이 들어설 수 있는 규모입니다.

애초 계획은 2014년, 그러니까 올해까지 한옥 100여 동이 들어선 이런 미래형 한옥마을을 조성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모델하우스를 제외하곤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여전히 이렇게 황량한 모습입니다. 

분양이 시작된 지 1년 반이 흘렀는데, 팔려나간 땅은 30%가 채 안 됩니다.

[주변 지역 주민 : 이 동네 생기면서부터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서) 우리 같은 사람은 꿈도 못 꾸겠더라고요.]

부동산 개발 업체에 미분양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습니다.

110가구가 들어설 수 있는 전남 장성의 한옥마을도 여전히 허허벌판입니다.

분양을 시작한 지 4년, 분양 초기 입주한 다섯 가구가 살고 있을 뿐, 분양률은 여전히 18%를 밑돌고 있습니다.

[입주민 : 공사판이에요. (버스) 승강장도 없지. 처음에 들어올 때는 담장도 다 쌓아준다 그랬어요. 그래서 들어왔더니….]

분양이 안 돼 사업 자체가 결국 백지화된 곳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신청사 이전지 주변에 700가구 규모의 한옥마을을 조성하기로 한 경북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북개발공사 직원 : 경상북도가 생긴 지 700년이 된 해거든요. 그래서 상징적으로 (700가구 얘기가 나온 거죠). 지금 봐서는…점차적으로 축소를 해나가는 단계죠.]

이런 미분양 사태는 한옥의 경우 일반 주택보다 건축비가 2배가량 비싸기 때문입니다.

[SH공사 직원 : (사업성 조사 결과는 어떻게?) 안 좋게 나왔었죠. 분양이 잘 안 될 거라고 다들 예상했었죠. 지금 이렇게 팔릴 것도 (예상 못 했어요.)]

[oo 개발공사 직원 : 한옥마을에 대해서는 별도로 (사업성 조사) 한 건 없습니다. (그래도) 지자체가 개발 계획 구상한쪽으로 나가야 하겠죠. (사업자로서는) 부담스럽죠.]

시행사들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도 단지 조성을 위한 치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왕직/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 (필지는) 현대 공동주택 개발하듯이 죽, 그냥 박스 형태로 블럭만 지어 놓은 거라서. 마을 단위의 조사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탁상에서 만들어진 지자체의 장밋빛 전망이 미분양 애물단지를 양산한 것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강동철·주용진, 영상편집 : 박진훈)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