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한 텔레마케터들 끌어들여 보이스 피싱

<앵커>

최근 정보유출 사태로 실직한 전문 텔레마케터들이 보이싱 피싱 범죄에 발을 들여 놨다가 적발됐습니다. 능수능란하게 피해자들을 속였습니다.

노동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피스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방 안에 다닥다닥 책상이 붙어 있습니다.

전화 마케팅 영업을 하는 평범한 업체로 보이지만, 실은 불법 차명계좌를 확보하는 비밀 콜센터입니다.

42살 김 모 씨가 고용한 여성 10명은 이곳에서 외출도 삼간 채 차명 전화기로 대출 홍보전화를 돌렸습니다.

대출을 받으려면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속여 계좌와 카드를 받아냈고, 김 씨가 이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되판 겁니다.

[당시 통화 녹음 : 13일 정도에 은행 가시도록 해 드릴 건데, 중간 중간이라도 고객님, 걱정되시면 연락 주시고요.]

[박모 씨/피해자 : 그 순간에는 (이게 사기다) 그런 게 안 보이더라고요. (돈이) 급하니까. 뭔가 쓰인 거 같아요.]

여성들은 대부분 최근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로 전화 영업을 할 수 없게 돼 임금이 밀리거나 실직한 전문 텔레마케터였습니다.

[정모 씨/전직 텔레마케터 : 다른 콜센터 알아봤는데… 그렇잖아요. 또 시기가 한참. 일자리도 없고.]

석 달 동안 만든 불법 차명 계좌 109개는 개당 100만 원에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넘어갔고, 파밍 같은 범죄에 쓰였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비롯해 4명을 구속하고, 여성 텔레마케터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