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현대사 흔적' 영등포 교도소 역사 속으로…

<앵커>

제 뒤로 보이는 이 건물이 지난 1949년에 지어진 영등포 교도소입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고 흉악범뿐 아니라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우리 현대사의 아픈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입니다. 이 영등포 교도소가 65년만의 철거를 앞두고 내부를 공개했습니다.

최재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높다란 담장 위에 감시탑, 두꺼운 콘크리트 담장, 두 겹의 철조망은 이 곳이 삼엄한 교도소였음을 알려줍니다.

담장 안으로 들어서자 철제 출입문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철제문 너머로 적막한 복도를 지나자 악명높은 독방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독방 넓이는 2.18㎡, 어른 한 명이 돌아눕기 힘들만큼 비좁습니다.

이 곳에서 출소일만 손꼽아 기다리던 수감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영등포 교도소는 한국 현대사와 영욕을 함께했습니다.

긴급조치 1호 위반 사건의 첫 피고인이었던 백기완 씨와 김지하 시인을 비롯한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이 이곳을 거쳤습니다.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됐던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진상도 수감 중이던 이부영 당시 전민련 상임의장을 통해 세상 밖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부영/1987년 당시 전민련 상임의장 : 화장지에 볼펜 심으로 기록해서 다른 교도관을 시켜서 밖으로 운반했습니다.]

고 김근태 전의원을 전기고문한 이근안 씨도 김 전 의원이 수감됐던 이 곳에 갇히는 신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1988년 탈주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지강헌도 이 곳을 거쳤습니다.

지난 1949년에 문을 연 영등포 교도소는 지난 65년 간의 역사를 마무리하고 이번 달 안에 철거될 예정입니다.

주변이 개발되면서 교도소를 옮겨달라는 민원이 이어지자 3년 전 서울 외곽에 새로 지은 서울 남부 교도소로 수감자들은 이감됐습니다.

오늘 개방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독방 체험도 하고 담장 부수기도 하며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영등포 교도소의 마지막을 지켜봤습니다.

교도소가 철거된 곳에는 아파트와 상업 시설을 갖춘 복합단지가 들어섭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김성일, 영상편집 : 최은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