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받고 보니 따뜻한 정 주고 싶네'. 텅 빈 수용동 복도 철문 위에 걸려 있는 교화 문구도 이제 마지막이 됐습니다.
1949년 문을 연 부천형무소가 65년의 세월이 지나 서울 남부교도소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겐 '영등포 교도소'로 익숙한 이곳은 오늘(3일) 이후 철거에 들어갑니다.
영등포 교도소는 근현대사의 슬픈 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입니다. 고 김근태 전 민주당 고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시인 김지하 씨 등 '민주주의'를 외치다 붙잡힌 수많은 사람들이 영등포 교도소를 거쳐 갔습니다. 박종철 고문 치사의 진실이 영등포 교도소 보안계장의 입을 통해 전해져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습니다. 고 김근태 전 민주당 고문에게 전기고문을 했던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 역시 이곳에 수감됐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민주화의 열망이 가득했던 교도소 안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의 아픔은 아직도 우리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영욕의 현대사를 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영등포 교도소. 영등포 교도소는 철거 하루 전인 오늘 단 하루,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잠겨 있던 빗장을 풀고 시민들을 맞이합니다. 이후 교도소 부지는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갖춘 복합단지로 재개발될 예정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