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아빠를 구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열 살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15,000달러나 되는 엄청난 보석금을 마련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때 소녀에게 떠오른 건 프란치스코 교황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소녀는 바다 건너 바티칸에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지역사회 이민문제 운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바티칸으로 향했습니다. 어린 소녀에게는 머나 먼 여정이었지만 시간도, 거리도 장애가 되진 않았습니다.
마침내 바티칸에 도착했습니다. 교황이 방문객을 만나는 자리에서 소녀는 까치발을 들고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아빠가 추방되지 않도록 간절한 바람을 교황에게 전했습니다. 소녀의 열정에 감명 받은 교황은 소녀의 이마에 키스하며 귓속말로 화답했습니다.
“곧 오바마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란다.”
소녀가 교황을 만난 건 3월 27일. 같은 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바티칸을 찾아 교황과 만날 예정이었던 겁니다. 소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아빠가 추방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가족이 서로 떨어져 생이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바티칸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소녀는 공항에 아빠가 자신을 데리러 나오는 꿈을 꿨습니다. 꿈은 현실이 됐습니다. 아빠는 곰 인형을 안고 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빠와 딸은 서로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소녀는 인터뷰 내내 울먹였습니다.
"Every night I kept dreaming with him that he would pick me up at the airport."
(나는 매일 밤 아빠가 날 데리러 공항에 오는 꿈을 꿨어요.- 소녀의 인터뷰 中)
소녀의 간절한 바람은 어떻게 이뤄진 걸까요. TV를 통해 우연히 소녀와 교황이 만나는 모습을 본 먼 친척이 보석금을 마련해준 겁니다. 원래 15,000달러나 됐던 보석금은 변호사의 도움으로 5,000달러로 낮출 수 있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교황도 약속을 지켰습니다. 교황청은 교황이 3월 27일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약 50분 동안 대화를 나눴고, 이 과정에서 이민 개혁 문제도 실제로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녀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이제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됐습니다. 열 살 소녀 저지 바르가스의 간절했던 꿈은 본인의 바람만 실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겁니다. 소녀야말로, 진정 행동하는 운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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