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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란 '美 항모' 모형의 진실…"영화세트" vs "선전도구"

[취재파일] 이란 '美 항모' 모형의 진실…"영화세트" vs "선전도구"

이란에서 건조중인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모형의 정체(취재파일 3월 24일 보도)를 놓고 이란 언론과 서방 언론이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깡패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이란의 조선소에서 미 해군의 주력 핵추진 항모가 건조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뒤 미국 언론들이 “이란군이 미 항모를 격침시키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선전도구를 제작중”이라고 보도하자 이란 언론들은 “영화 세트에 불과한데 비약하고 있다”고 받아 쳤습니다.

이란의 친정부 매체들까지 나서서 영화 감독을 인용해 보도하니 미국 언론들은 머쓱해졌습니다. 그런데 제인스 연감을 발간하는 영국의 군사 저널 IHS 제인스가 최근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이란 매체들의 보도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하는 기사입니다. 이제는 이란 언론들 차례인데, 어떻게 반박할지 기대됩니다.

● “이란, 정치선전용 美 항모 모형 건조중” VS "영화 세트일 뿐"

이란이 미 해군 항모를 짓고 있다는 기사는 뉴욕타임스가 지난 3월 20일 처음 보도했습니다. 진짜 니미츠급의 3분의 2 크기의 모형이 반다르 압바스항 부근 가친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사실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친 조선소가 민간 선박도 수리하지만 주로 군함을 다루는 곳이어서 니미츠급 모형의 정체가 더욱 궁금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보 당국과 해군을 인용해 항모 모형이 정치선전용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란군이 미 해군의 주력 항모를 격침시키는 ‘통쾌한’ 장면을 찍어보기 위해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의 이 보도를 미국 내외 여러 매체들이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다음 날, 이란측이 바로 대응했습니다. 이란 학생 통신사(The Iranian Student's News Agency)라는 매체가 문제의 항모 바로 아래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타전했습니다. 가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니미츠급 모형 근접 촬영 사진입니다. 그러자 이란 언론들은 “이 항모 모형은 1988년 이란 민항기 격추사건을 주제로 제작중인 영화의 세트”라는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이란 민항기 격추사건이란 미국 이지스함 USS 빈센트호의 공격을 받고 이란 민항기가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290명이 숨진 일입니다. 이란의 친정부 매체 아레프는 “서방 매체가 어떤 증거나 사실적 기반 없이 비약적인 보도로 이란에 부정적인 색을 입혔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태훈 취파_500

● “이란 민항기 격추사건에 니미츠급은 없다”

미국 언론들의 오보 해프닝으로 굳어지던 분위기는 IHS 제인스가 뒤집었습니다. IHS 제인스는 지난 주에 이란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이란 민항기 격추사건에 미 해군의 항모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입니다. 미사일을 쏴 민항기를 격추시킨 장본인은 이지스함이고, 미 해군 니미츠급 항모는 사건이 벌어진 지 석달도 더 지난 시점에 걸프만에 파견됐다는 겁니다. 격추 사건은 1988년 6월 3일 발생했고, 니미츠급 걸프만 파견은 9월에 이뤄졌는데 왜 격추 사건을 다룬 영화에 항모가 등장하느냐는 주장입니다.

IHS 제인스는 또 저렴하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면 될 전투 장면에 굳이 큰 돈 들여 모형을 만들 까닭이 없다는 점도 들었습니다. 니미츠급은 게다가 영화의 주인공이 될 처지도 아닙니다. 그러면서 IHS 제인스는 이란이 최근 대함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칼리즈라는 미사일인데 조만간 이 미사일을 니미츠급 모형에 겨냥해 발사할 것 같다는 뉘앙스입니다. IHS 제인스의 보도 이후 이란 언론들의 움직임은 아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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