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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어지는 폭발물 오인신고…침착한 대응만이 정답

[취재파일] 이어지는 폭발물 오인신고…침착한 대응만이 정답
"지하철역인데요, 역내에 수상한 검은 가방이 있는데 왠지 폭발물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경찰과 군,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무사히 폭발물을 찾아내 해체하는 영화 속 장면이 아닙니다. 지난 17일 발생한 강남구청역 소동 이후 전국에서 폭발물 의심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웃지 못할 상황도 여럿 발생했습니다.

지난 20일엔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건물 옥상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가 추락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학교 직원이 건물에 낙하산 같은 물체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해 옥상 위로 끌어올려서 확인한 결과, 스티로폼 박스에 전선이 달려 있고 회로판과 같은 칩이 보여 112에 폭발물 의심신고를 한 건데요.

파출소 및 찰서 경비과, 타격대, 경찰특공대까지 60여명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이 장비는 기상청이 백령도에서 하루 두 번 띄우는 기상관측용 낙하산으로 바람 때문에 잘못 떨어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과 소방관들이 출동하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동요했으나 학교 측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응으로 수업 등 일정은 그대로 진행했고 무사히 상황이 종료됐습니다.

충남 천안에서도 하천 다리 밑에 폭발물이 있는 것 같다는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토목공사용 콘크리트 구조물로 밝혀진 일이 있었고요. 서울 중랑구의 한 지하철역에서도, 이후 고속터미널역에서도 누군가 놓고 내린 물건을 폭발물로 오인한 신고가 이어졌었죠.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탐지견과 엑스레이, 물사출분쇄기 등을 보유한 수십에서 수백 명의 인력이 출동합니다. 사실 폭발물 의심 신고는 열이면 아홉, 아니 그 이상 '오인' 신고일 확률이 높습니다. '어쩌면 폭발물일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그러려니 넘어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정신을 높이 사야하는 것도 맞지만, 한편에선 오인 신고 때문에 경찰력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곤혹스러운 건 경찰과 당국입니다. 폭발물 신고의 경우, 어느 경우에도 예외 없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경찰청이 밝힌 최근 3년 동안 우리나라 폭발물 의심 신고는 102건에 달하지만, 실제 폭발로 이어진 사례는 0건이었습니다. 일 년에 100번 가량 '혹시나'하는 불안감에 출동하지만 그때마다 '다행히(?)'도 오인 신고임이 밝혀진 셈입니다.

이어지는 오인 신고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묻자 되돌아온 답은 '그럼에도' 였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떠한 조그만 가능성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대응해야 한다는 거죠. 다만, 경찰은 장난으로, 홧김에 하는 '허위신고'에 대해서만큼은 시민들이 경각심을 가져주길 당부했습니다. 허위신고에 대해선 사법처리 뿐 아니라 출동하느라 낭비된 경찰력 등에 대해 책임을 묻는 민사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인신고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의도성이 명백한 허위신고에 대해서만큼은 엄중히 대처하겠다는 겁니다.

한 번씩 폭발물 의심 소동이 벌어질 때마다 기자로서도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진짜면 어쩌지?'하는 걱정과 함께 '설마, 이번에도 별 일 있겠어?'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게 마련인데요. 기사 말미에 우왕좌왕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이 아닌, "경찰과 시민의 침착한 대응으로 다행스럽게도 상황은 무사히 종료됐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정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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