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페이스북에 매각된 가상현실 (VR) 장치 기업 오큘러스 VR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존 카맥이 이번 매각 결정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둠', '울펜스타인 3D' 등을 만든 카맥은 게임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개발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작년 8월부터 오큘러스 CTO를 맡고 있다.
카맥은 매각 결정에 우려를 표명한 게임 음악 전문가 피터 버크만의 블로그에 지난 29일(현지시간) 답글을 달아 본인의 의견을 설명했다.
카맥은 VR 경험은 일단 해 보면 곧바로 이에 매료되는 사람이 많아 주목을 끌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기업들이 상당히 빨리 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진짜 문제는 (오큘러스 VR이 대기업과) 얼마나 많이 제휴할 것인가, 또 누구와 제휴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즉 오큘러스가 대기업과 제휴하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당연한 사업상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카맥은 "솔직히 말해 회사 매각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지 몰랐고, 또 인수 주체가 페이스북이리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큘러스 인수로 더 확실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대기업들을 머리에 떠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페이스북)이 나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또 그런 큰 그림이 실현되도록 강력한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맥은 "그저 기분이 내킨다는 이유로 저런 대규모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며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오큘러스 측에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매각) 협상에 개인적으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며 "저커버그와 기술 얘기를 하느라 하루 오후를 보냈는데, 그다음 주에 그가 오큘러스를 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카맥은 게임 기술 기업 밸브(Valve)가 대기업과 제휴하지 않고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고 지금도 바닥부터 VR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으나, 이 경우는 오큘러스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밸브는 게임 업계에서조차 '정신이 나갔다'고 할 정도로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력과 끈기로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 카맥의 지적이다. 다시 말해 밸브의 경우는 여건상 스스로 살아남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VR 분야는 이와 달리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카맥이 답글을 단 블로그를 운영하는 버크만은 록 밴드 '아나마나구치'의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다. 버크만은 지난 26일 블로그에 '오큘러스에 화를 내야 하는 그릇된 이유와 합당한 이유'라는 글을 써서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인수를 비판했다.
그는 "여기서 내게 보이는 가장 큰 문제는 요즘 기술 분야에서 사업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즉 회사들이 (대기업에) 인수되기 위해 존재하고 운영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신생기업)을 차릴 때부터 대기업에 매각하는 '엑시트'(Exit) 자체를 목표로 삼고 그에 맞추어 사업을 벌이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오큘러스 CTO 카맥, 매각 옹호…"페이스북, 강력한 힘 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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