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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기차서 나오는 전자파 안전할까?

전기차, 충전소서 발생하는 전자파 안전 관리 지침 만들어야

[취재파일] 전기차서 나오는 전자파 안전할까?
전기차 타보셨는지요? 전기차 취재를 위해서 얼마 전 저는 직접 타봤습니다. 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먼저 전기차를 대여하는 곳에 연락했습니다. 해당 회사 홈페이지에 가입해야만 절차가 진행되더군요. 그 다음 대여 일시와 장소 등 필요한 사항을 입력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반드시 티머니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는 안내가 나오더군요.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이 있는데 도대체 왜?’라는 생각에 조금 당황했지만 최초 탑승 시간과 반납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니 어쩔 수 없이 티머니 카드를 샀습니다.

드디어 전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운전 경력이 11년이나 되지만 전기차라 생각하니 다소 긴장되더군요. 크게 심호흡한 뒤 시동을 걸었습니다. 차 키를 돌리고, 어라! 다시 돌리고…. 아무리 돌려도 시동이 안 걸립니다. 일반 차량의 경우 키를 꽂아 돌리면 ‘추추추추 부르릉~’하고 엔진이 돌아가거든요. ‘너무 긴장했어. 당황하지 않고, 원래 하던 대로 살살 돌리면, 끝!’ 역시나 아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처음 타본 차가 고장 났다니, 대여 업체 직원에게 전화했습니다.

“오늘 전기차 빌리기로 한 사람인데요, 시동이 안 걸리는데요?”
“네? 그럴 리가 없는데. 기어를 주차(P)에 놓으신 거 맞죠?”
“그럼요. 근데 이상하게 아무 소리가 안 나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고객님, 원래 전기차는 전기로 가기 때문에 아무 소리가 안 나거든요. 계기판에 (엔진)등이 들어왔으면 시동이 걸린 겁니다. 많이들 문의하시는 내용인데요, 그냥 운행하시면 됩니다.”

‘많이 문의들 하는 내용이라면 진작 가르쳐주지’ 제 무식 대신 남 탓을 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어라! 다시 한번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꾹 밟았습니다. 제 아무리 고급차라도 부르릉, 약간의 엔진음은 나는데 이건 아무 소리 없이 차가 쑥 앞으로 나가지 않겠습니까. 알고 보면 이랬습니다. 부르릉, 엔진음은 연료가 타면서 엔진을 움직이는 소리인데, 전기차는 연료 점화 방식의 엔진이 아니니 소리가 날 턱이 없었던 것이죠. 생애 전기차 첫 탑승은 이렇게 진땀 빼며 시작됐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그만큼 전기차는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물건이라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이제 목차를 보고 있는데 정부와 산업계는 책 내용이 해피엔딩이라며 장밋빛 전망만 읊어댑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처럼 한 대 구입한 뒤 요모조모 따져보기도 어렵습니다. 차 값이 비쌀 분만 아니라 충전소 같은 인프라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친환경적인 차량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폄훼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아직은 치밀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중에 제가 취재한 부분만 똑 떼서 따져보려고 합니다.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소(기)는 전자파가 발생하는 물체입니다. 아시다시피 전자파는 인체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요. 제조업체 등 산업계는 전자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부 당국도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제가 취재한 바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전기차와 충전소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어느 정도 되는지, 전자파가 운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조사 결과가 없습니다. 내년도 전기차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충전소는 또 몇 군데 더 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하게 발표하면서 말이지요.

지난해 초 일본 후생성은 전기차 제조업체 등에 공문을 하나 보냈습니다. 공문 내용은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소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심장에 인공적인 수술을 한 사람들(정확히 말하자면 심장에 정기적인 자극을 주는 심장 박동기를 시술한 사람들)에게 쇼크를 줄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으니 각 충전소는 경고 문구를 부착하라는 것입니다.

실제 이곳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전기차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전기차 주유구의 전자파는 1.5mG로 토스트 기계보다 조금 더 높게 나왔습니다. 충전기기 앞쪽은 7mG로 선풍기보다 전자파가 100배나 더 높았고, 뒤쪽은 20mG까지 측정됐습니다. 이는 전자레인지보다 더 높고, 몸에 밀착해 사용하는 전신 안마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비교 대상에 오른 전자 기기들은 우리 생활 주변에 있는 것들이라 ‘에이~그거 갖고 뭐 그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전자파는 인공 심장 박동기를 이식한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서울성모병원 김성환 순환기내과 교수는 “인공 심장 박동기를 시술한 사람에게 위험한 물건이 하나 더 추가됐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들이 전기차를 충전한 뒤 운전하다가 뒤늦게 전자파로 인한 쇼크가 발생한다면 시술자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들 역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그냥 뭉개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전기차 보급의 첨병인 환경부는 서둘러 전기차와 충전소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대해 인체 위험성을 따져 적정한 관리 지침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전기차를 도입한 나라입니다. 국민 건강과 관련된 위험, 예측 가능한 위험을 미리 찾아내 없애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는 전기차 도입에 이어 이 역할 또한 뒤쳐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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