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朴心' VS '朴心 프레임'

서울시장 컷 오프 갈등 여진

[취재파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朴心' VS '朴心 프레임'
말은 그 안에 어떤 의미를 담느냐, 또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같은 말도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박심과 박심 프레임. 얼핏보면 비슷해 보이는 두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두 단어가 후보들의 경쟁 열기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경선 판에서 먼저 등장한 건 '朴心'입니다.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은 김황식 전 총리가 친박계의 물밑 지원을 받고 있다며 박심을 거론했습니다. 박심은 유력한 후발주자인 김 전 총리를 견제하기에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전화한 적이 있다'는 김 전 총리의 발언은 이런 박심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양쪽 캠프에서는 '실수인 듯 위장했지만, 사실상 박심을 거론해 당원들을 줄 세우려는 의도'라며 김 전 총리를 비판했습니다. 당 공천위의 후보 등록기간 연장과 순회경선 검토 역시, 김 전 총리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역시, 박심이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심 논란은 경선 참여자 수를 압축하는 컷 오프 과정에서 폭발했습니다. 당 공천위원들은 이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앞선 두명에 비해 현격히 뒤지는 만큼 경선의 효율성을 위해 2배수 압축 여부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당장, 이혜훈 최고위원 측은 특정 후보를 위한 룰 변경이라며 경선 불참 의사를 시사했고, 정몽준 캠프 역시,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또, 한번 박심 카드를 빼 든 셈이고, 그 효과는 탁월했습니다. 당 공천위는 경선 흥행과 여성 배려 등 정무적 판단으로 서울시장 경선 후보를 결국, 3명으로 확정했습니다. 무리하게 2명으로 압축할 경우, 박심 논란이 선거 전면에 등장해 서울은 물론이고, 경선 전체, 더 나아가 본선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황식 캠프 쪽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특정 후보가 반대하다고 해서 당 공천위가 정한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양자 구도의 필요성에 공감해 정밀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또 그 결과가 1차 여론조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났는데도 2파전이 아닌 3파전으로 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겁니다. 당의 오락가락한 결정과 무원칙한 행태 그리고 이로인한 혼란과 피해를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3파전으로 결정된 데 다른 반발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김 전 총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자 대결 구도가 더 원칙에 합당하다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 두 사람이 일대일로 붙어서 집중토론을 거쳐 선택하는 게 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전 총리 측은 모든 경선 일정을 중단하고 당의 책임있는 조치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朴心 프레임'을 들고 나왔습니다. 정몽준, 이혜훈 캠프 측이 김 전 총리를 '있지도 않은 박심'을 주장하며, 이른바 박심 프레임에 가둬두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됐던 순회경선 실시 여부, 컷 오프 방식에서 실제 이득을 본 것은 김 전 총리가 아니라 당의 기득권 세력인 정몽준 의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들은 박심의 수혜자가 아니라 박심 프레임의 피해자라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대해 정몽준, 이혜훈 캠프 측은 박심을 동원하려는 작전이 실패하자 자신들을 박심 프레임의 피해자로 위장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 공천위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2파전으로 결정하던, 3파전으로 결정하던, 이미 후폭풍은 충분히 예견됐습니다. 여론조사 직전까지 당 공천위가 밝혀 왔던 '3배수 기준'이 어떤 이유에선가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 공천위는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결정이 결코 아니며, 경선 흥행과 효율성 차원에서 후보자 추가 압축 필요성에 대해 검토를 했을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의 룰을 정하는, 더 나아가 바꾸는 문제는 선수 개개인에게 유, 불리를 가져와 결국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며, 무엇보다 명확히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기준에 절대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경선 과정에서 박심, 박심 프레임 논란이 줄기차게 거론돼왔던 만큼 공천위는 더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했습니다. 당 공천위가 후보들에게 휘둘린게 아니라, 후보들을 휘두르려 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마저 들게 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진정성 있는 설명이 필요해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