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순이지만 낮 기온이 20도를 크게 웃돌고 있다. 강원영동과 남부지방의 기온은 25도를 웃돌고 있다. 초여름이다. 계절이 봄을 건너뛰어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다.
3월 말 온다던 ‘슈퍼황사’는 어디로 간 것일까?
올 봄에 슈퍼황사가 온다는 보도는 지난 14일 한 경제신문에서 시작됐다. 이 보도는 한 기상정보업체의 전망에 따른 것이었다. 슈퍼황사가 온다는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보도가 나간 뒤 여러 언론에서 슈퍼황사가 한반도를 강타할 가능성을 잇따라 제기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슈퍼황사가 온다"라는 말은 공기청정기 업체 등 관련기업에 최대 호재로 작용했고 주식시장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황사 테마주까지 등장했다.
지난 16일~17일 한차례 옅은 황사가 지나가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황사 소식은 잠잠하기만 하다. 물론 황사 발원지에서 황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26일~27일 고비사막과 몽골 등 황사발원지에서는 황사가 발생했다.
이번 토요일(3월 29일) 비가 지난 뒤 황사가 한반도로 날아올 지 기상청의 최종 예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상청의 예상은 황사가 우리나라로 오지 않고 중국 남부로 내려 간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혹 오더라도 매우 약하고 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3월 황사 발원이 적고 한반도로 찾아오는 황사가 약하고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고온현상 때문이다.
현재 황사 발원지를 포함해 중국대륙에서 한반도에 이르는 폭 넓은 지역에 상층 기압능이 발달해 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이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춘천을 비롯한 한반도 지역 곳곳에서는 관측사상 3월 최고 기온이 기록되기도 했다. 서울의 기온도 20도를 훌쩍 뛰어 넘었다. 평년의 경우 5월 초순에서 중순에 나타나는 기온이다.
현재 중국 내륙과 한반도 지역의 기압계 흐름이 평년의 5월 상순과 비슷한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황사는 주로 3월과 4월에 발생한다. 5월 초까지는 황사가 한반도로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5월 중순 이후에 황사가 한반도로 날아오는 경우가 흔치 않다. 바람 방향이 황사 발원지에서 한반도로 향하는 북서풍이 아니라 이때부터는 주로 남서풍이 불기 때문이다.
현재 황사 발원지는 매우 건조한 상태다. 올 봄 슈퍼 황사 발생 가능성을 주장한 가장 큰 이유도 발원지가 매우 건조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하지만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고온현상이 이어질수록 발원지는 더욱 건조해 질 수 있다.
그러나 발원지가 건조하다고 슈퍼황사가 한반도로 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강한 황사가 한반도로 날아오기 위해서는 우선 강한 저기압이 건조할 대로 건조한 발원지를 통과하면서 엄청난 양의 흙먼지를 공중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또 때 맞춰 강한 북서풍이 불어 공중에 떠 있는 흙먼지를 한반도로 실어 날라야 한다. 하지만 고온현상이 이어질 때는 이 두 가지 모두 여의치 않게 된다.
우선 발원지를 포함한 중국 북부지역에 상층 기압능이 위치해 있으면 지상에서 강한 저기압이 발생하지 않는다. 저기압이 발생해도 상층에 기압골이 위치해 있을 때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기압능은 저기압의 바람 방향과는 반대인 시계방향의 바람을 강화시켜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고온현상은 황사를 한반도로 실어 나르는 강한 대륙고기압 발달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대륙고기압은 대륙이 차가울수록 강하게 발달할 수 있는데 현재 중국 북쪽 뿐 아니라 시베리아 지역의 기온도 평년보다 높은 상태다. 찬 공기가 평년에 비해 상당히 북쪽으로 밀려나면서 발원지를 포함한 중국과 한반도 지역에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은 고온현상으로 인해서 대량의 흙먼지를 공중으로 끌어 올릴 강한 저기압이 발달할 여건도 안 되고 발원지에서 황사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흙먼지를 한반도로 실어 나를 북서풍도 시원찮은 상황이다. 강한 황사가 한반도로 날아올 상황이 아니라 황사가 발원해도 황사가 한반도로 오지 않거나 만약 온다고 하더라도 매우 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인 것이다.
고온현상은 일반적으로 따뜻한 남서풍이 불어올 때 나타난다. 고비사막이나 내몽골지역에서 황사가 발원할 경우 북서풍이 불어야 흙먼지가 한반도로 향한다. 계속해서 따뜻한 남서풍이 불어올 경우, 즉 고온현상이 이어질 경우 흙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올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상청은 10일 예보에서 4월 상순까지는 고온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에 강한 황사가 날아올 가능성이 그 만큼 낮은 것이다. 또 장기전망에서는 4월과 5월에도 전반적으로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한 황사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물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평균적으로 기온이 높다는 것이지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강한 저기압이 발생해 황사 발원지를 통과하고 뒤이어 강한 북서풍이 불어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 황사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중국발 미세먼지다. 황사는 대륙고기압이 주로 실어 나르지만 화중지방에서 한반도나 한반도 남쪽으로 통과하는 이동성 고기압은 따뜻한 바람뿐 아니라 중국발 미세먼지도 실어 나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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