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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월드컵도 올림픽도 불안한 브라질, 그래도…

[취재파일] 월드컵도 올림픽도 불안한 브라질, 그래도…
전세계인의 축구축제 월드컵 개막이 석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요즘 개최지 브라질에서 나오는 외신보도를 보면 '뭔가 불안하고 잘 안되고 있다'는 걱정이 많이 듭니다. 경기장 공사가 늦어져 국제축구연맹 FIFA의 걱정이 크다는 보도가 지난해부터 나왔고 끊이지않고 이어지는 월드컵 반대시위에 대한 우려도 오래전부터 제기됐습니다.

그래도 '개막전까지는 어떻게 문제가 처리되겠지'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우리 대표팀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와 축구협회 관계자까지 바짝 긴장하게 됐습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우리 대표팀이 알제리와 2차전을 갖는 포르투 알레그리입니다.

경기는 오는 6월 23일로 예정이 돼 있는데 이곳의 시장이 최근에 "경기장은 완공됐지만 예산 부족 때문에 미디어와 기술진이 사용할 부대시설을 짓지 못해다"며 "이대로라면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폭탄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 대표팀은 홍명보 감독까지 나서 현지에 대한 사전 답사까지 다 마친 상태인데 만에 하나 경기장소가 바뀔 경우 전체 동선이나 훈련계획을 다시 짜야하는 엄청난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러시아, 벨기에와 경기를 치를 상파울루나 쿠이아바 역시 여전히 공사중인 것으로 알려져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현재 12개의 월드컵 경기장 중 4곳이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고 미디어 시설이나 티켓부스, 그리고 매점 등 각종 편의 시설까지 갖추려면 시간이 더 촉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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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닙니다. 불안한 치안도 여전히 골치입니다.

원래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유치한 나라에서는 막대한 개최비용을 국민 복지에 써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대시위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현재 브라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지난해 월드컵 전초전으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현지 주요도시에서 발생한 수천건의 시위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에 약 40억 달러, 우리돈 4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일부 국민들은 "왜 이런 돈을 국민 복지 대신 엉뚱한 경기장 건설에만 쓰냐"며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기간 동안 15만 명의 병력을 투입해 치안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불안한 치안은 가장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월드컵을 유치했던 지난 2007년만해도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당시 브릭스(BRICS 신흥경제 5개국) 중 하나였던 브라질은 빠른 성장을 바탕으로 장미빛 꿈에 부풀었지만 2010년 대 들어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월드컵 준비가 더뎌졌고 국민들의 열정도 많이 식은 게 사실입니다.

지난 2007년 IOC총회에서 우리나라 평창을 제치고 2014 동계올림픽을 따낸 러시아도 상황은 비슷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력으로 국론을 한 곳으로 모아 위기를 넘겼습니다. 푸틴은 경제상황이 나빠졌음에도 약속한대로 우리돈 56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소치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그러나 현재 브라질에는 당시 월드컵을 유치했던 룰라 대통령이 물러난 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월드컵 준비를 이끌고 있지만 푸틴 만큼 국내 분위기를 하나로 모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분위기는 2년 뒤인 2016년에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제 올림픽위원회 IOC도 더딘 준비가 올림픽에서도 재현되지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데요. 피터 도슨 국제 골프협회장은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장 시공이 늦어져 내년으로 예정된 시범경기를 치르기 어렵게 됐다"며 불평을 늘어놨습니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지 선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 IOC총회에서 일본의 도쿄가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터키의 이스탄불을 제치고 2020 하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낸게 좋은 예입니다.

당시 현지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많은 IOC위원들이 준비가 더딘 브라질을 보고 자국 경제가 안 좋은 마드리드나 이스탄불이 될 경우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록 방사능 우려는 있지만 탄탄한 경제력을 갖춘 도쿄에 많은 표가 몰렸다는 후문입니다.

축구 기자를 하면서 브라질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축구황제 펠레도 만났고,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에 무장 경호원과 함께 축구선수를 꿈꾸는 한 소년을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커먼 권총을 든 무장강도도 한 차례 만났습니다. 당시 운전을 맡은 현지 교포의 재치로 위기를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래도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입니다. 펠레, 가린샤, 지코, 호마리오, 호나우두 그리고 네이마르까지 숱한 축구영웅들이 태어난 곳입니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삼바군단, 그들의 뛰어난 실력만큼 월드컵 준비도 잘 됐으면 하는 기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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