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묘사된 철거 현장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벼락 같이 후려칩니다. 온 식구가 아침 밥상에 둘러앉은 자리에 갑자기 굴삭기가 지붕과 벽을 무너뜨리며 쳐들어옵니다. 한 가족이 인생을 꾸리고 행복을 꿈꾸던 공간은 돈 앞에서 한낱 치워져야할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천금보다 귀하다는 인간의 존엄성은 자본의 논리 구조 속에서는 검불 같이 가볍습니다. 돈과 힘이 없는 '인간'들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비명과 신음을 내뿜다가 스러져갑니다.
중국 산둥성 핑두시에서 지난 21일 새벽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임시 가건물 한 곳에 불이 나 머물던 지역 농민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자신이 농사를 짓던 땅이 수용되는데 반대해 그 땅에서 농성을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불은 누군가 일부러 지른 것이었습니다. 중국 사회가 술렁거렸습니다. 공안 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4일 밤낮을 강도 높게 조사한 끝에 중국 경찰은 어제(26일) 짧은 중간 수사결과를 내놨습니다. 방화와 관련해 7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지역 주민 이모씨 등 4명은 실제 불을 놓은 혐의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방화를 사주한 혐의로 부동산개발회사 대표와 해당 지역 관청의 주임, 이들의 지시를 전달한 연락책이 포함됐습니다.
이들 때문에 사업 진척에 방해를 받게 되자 천막에 불을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들을 죽이려 했는지, 겁만 주려 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 농민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3명은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분노의 포도'에 케이시 목사처럼. '난쟁이까 쏘아올린 작은 공'의 난쟁이처럼 '제거'된 셈입니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중국이든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산업 구조의 변화와 발전 과정에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희생이고 불운일 뿐이라고요. 애초에 합법적 절차에 따른 정당한 토지 수용에 대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항거한 책임도 없지 않다고요. 과연 그런가요?
농민들에게 자신의 농토는 하나의 세계입니다. 그 안에서 삶을 계획하고, 꾸리고, 좌절하고, 재기하고, 힘을 얻어왔습니다. 그런 세계를 갑자기 허물어 버린 뒤 돈 몇푼을 쥐어주고 다른 세계를 새로 만들라고 합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보상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들이 천지개벽하는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 자신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마땅하지 않습니까? 법에 따라 정당하게 수용했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주민을 불을 질러 쫓아내는 것은 너무 잔인합니다. 자본주의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추악한 괴물이라는 욕을 먹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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